김경원. 스포츠동아DB
■ 18년 전 OB서 우승 경험한 김경원 전력분석원
“2군이던 유희관·오현택 등 활약에 뿌듯
야구를 잘 한다는 것은 오래하는 것이다”
두산의 전신 OB가 1995년 한국시리즈(KS)에서 7차전 혈투 끝에 롯데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영광스러운 순간, 마지막 아웃을 장식한 투수는 권명철(현 두산 투수코치)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사실 권명철의 원래 보직은 선발이었고, 마무리투수는 따로 있었죠. 김경원(현 두산 전력분석원). ‘제2의 박동희’라는 기대 속에 중앙대를 중퇴하고, 1993년 OB에 입단하자마자 9승3패23세이브에 방어율 1.11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OB 윤동균 감독은 신인 김경원을 4월 불펜으로 기용하더니 5월부터 마무리로 썼죠. 오승환(삼성)의 원조격이라 할 ‘돌직구’와 슬라이더로 OB의 뒷문을 지켰죠.
지난해 2군에서 유희관 오현택 윤명준, 재활군에서 이재우 정재훈 등을 다그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들이 올해 가을야구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견할 따름입니다. 두산이 올해부터 원정 전력분석원을 제안했고, 그 덕에 태어나서 야구를 가장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미리 출장을 가서 분석할 팀이 없습니다. 그래서 김 분석원은 최후의 결전지 대구에 와 있습니다.
무려 15경기의 격전을 치르고, 여기까지 온 후배들을 보노라면 1995년 우승 때보다 더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확연했는데, 지금 두산은 엔트리 전원의 힘으로 열세를 딛고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요. 우승은 1승, 1승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1995년 경험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1승은 선수들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때 얻어지는 열매라고 믿습니다.
1993년 입단 동기인 류택현(LG)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야구를 잘 한다는 것은 어쩌면 오래하는 것과 동의어라는 것을요. 타고난 어깨와 야구 센스를 가졌음에도 서른 살에 은퇴한 김 분석원은 올 가을 후배들의 노력이 그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