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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거나 팔아도 될지 갈피 못잡아”… 주택 거래 뚝

입력 | 2013-11-01 03:00:00

[2013 동아부동산정책포럼]
정부대책 후속입법 지연… 다시 얼어붙는 부동산시장




《 ‘2013 동아부동산정책포럼’ 개최를 앞두고 본보가 서울 강남 일대 중개업소를 둘러봤다.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이 불투명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매매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

“8월부터 집값이 뛰면서 거래도 살아나는 듯했는데 지금은 영 달라졌어요.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지켜볼 뿐입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믿고 거래했는데 취득세 영구인하 소급 적용이 불확실하니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서울 강남구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

“재건축아파트를 20년 이상 보유한 집주인이 집을 내놓으려고 왔는데 시골에 농가 한 채가 있다고 1가구 2주택자가 돼서 양도소득세가 2억 원이 넘더군요. 1가구 1주택자라면 200만 원만 내면 되는데…. 결국 팔기를 포기하더라고요.”(서울 송파구 유재영 중앙공인 대표)

‘8·28 전월세 대책’ 이후 활기를 띠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대책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두 달간 70건이던 매매, 이달 들어 10건으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01% 떨어지며 8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4·1 부동산 대책’ 이후 반짝 상승했던 매매가는 5월 말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가 8·28 대책 직후인 8월 30일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바 있다. KB국민은행 집계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7주 만에 상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10월 중순부터 상승 폭이 둔화되더니 28일에는 보합세(0.00%)를 보인 것.

특히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남 재건축 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0.04% 떨어졌다. 강남구는 0.25%나 급락하며 2주 연속 내렸고 강동구(―0.15%) 송파구(―0.01%)도 줄줄이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가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조합 설립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호재로 반영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 초 7억3000만 원이던 개포주공 1단지(50m²) 매매가는 8월 7억8000만∼8억 원으로 뛰었다가 현재 소폭 내렸다.

개포주공 단지 전체에서 8, 9월 두 달간 성사된 매매 거래는 70건 정도였지만 10월 들어서는 10여 건뿐이다. 유재영 대표는 “취득세 영구인하가 발표되면서 잔금 지급을 미룬 계약자들이 많은데 아직도 소급 적용 여부를 모르니 잔금을 언제 치러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 “후속 입법 처리 시급”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돼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저가 매물이 소진된 뒤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줄줄이 국회 벽에 막히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26개 법률안에 대한 개정안을 내놨지만 핵심 법안들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 과열기 때 도입된 대표적 규제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2009년부터 폐지를 추진했지만 4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4·1 대책에서도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방안을 비롯해 수직 증축 리모델링, 주택바우처 도입 등을 내놨지만 7개월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다. 시장 관심이 가장 높은 취득세 영구인하는 아직 국회에 상정도 안 됐다.

전문가들은 11월 정기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주택시장 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연말까지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취득세 면제, 5년간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이 남아 있지만 내년부터 이런 혜택이 사라지고 후속 입법까지 안 되면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다주택자를 투기꾼이 아니라 집을 사서 세를 놓는 임대주택 공급자로 봐야 한다”며 “이번에도 양도세 중과 폐지가 무산되면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전월세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거시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데 부동산 대책 실행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결국 가장 큰 변수는 국회 입법 처리”라고 덧붙였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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