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1768년 영조 44년 전라도 강진에서 백필랑 필애 자매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계모 나씨의 구박 때문이라는 비난이 퍼져 결국 나씨는 처벌받았다. 그런데 1801년 이 사건 보고서를 접한 다산 정약용의 판단은 달랐다. “계모는 (무조건) 전처 자식들을 구박한다는 세상의 편견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신데렐라류(類)의 전설은 세계적으로 500건이 넘는다. 비정하지만 딸이 역경을 이겨내고 성숙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계모는 어머니의 또 다른 속성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여덟 살짜리 아이들을 학대해 죽게 한 계모들은 다른 해석이 필요 없을 것 같다. 24일 숨진 울산의 초등학교 2학년짜리 L 양에게 그날은 마침 소풍가는 날이었다. 계모는 “2000원을 훔쳐 가고도 거짓말을 한다”며 아침부터 L 양을 때렸다. 부검 결과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져 있었다. 두 달 전 서울에서 숨진 여덟 살 남자 아이는 병원에 다녀온 계모에게 괜찮은지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았다. 친아버지와 계모는 안마기와 골프채로 수시로 아들을 폭행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