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단지 오일용 후보가 패배해서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서청원 당선자는 화성에 별다른 연고가 없다. 비리 전력 탓에 공천 과정에서 당내 반발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 당선자는 오 후보보다 배 이상 득표했고 차이는 33.5%포인트나 됐다. 서 당선자는 지난해 4월 이 지역 총선에서 같은 당 고희선 전 의원(별세)이 얻은 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반면 오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자신이 얻은 표의 절반가량밖에 얻지 못했다.
재·보궐선거는 흔히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 야당에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고 결과도 대체로 그랬다. 민주당은 지난 수개월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매달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촛불을 들고, 전국을 돌며 여론전을 벌였다. 화성갑이 국민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대결 정치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뭔가 이유를 붙여 이번 선거 결과를 깎아내리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에만 매달리는 사이 국회의 생산성은 땅에 떨어졌고 민생은 실종됐다. 민주당은 여당보다 더 민생을 챙기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와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따졌어야 했다. 한국갤럽이 10월 21∼24일 전국 성인 1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은 21%로 새누리당(42%)의 반 토막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부터 단 한 번의 선거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도 여전히 절반이 넘는다. 그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권(受權) 정당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이 달라지지 않으면 7개월 남은 내년 6·4 지방선거에서도 쓰라림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