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시대’ 예비부부 필수코스로
최근 불임 위협이 커지면서 예비부부들 사이에 정자 검사가 결혼 전 필수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정자 검사는 정자의 수와 활동성 정도, 기형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검사로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에서 주로 시행한다. 과거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부부들이 병원을 찾았으나 요즘에는 신혼 전에 미리 정자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커플들도 병원을 찾는다.
인터넷상에는 예비부부들의 문의와 익명의 상담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혼전 정자 검사를 꼭 해야 할지,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남성들의 희비도 교차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결혼준비 관련 카페 ‘웨딩공부’에는 “예비 신부 몰래 정자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뿌듯하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검사하면 정자가 몇 등급인지 나온다고 해서 남자친구에게 정자 검사를 받자고 했는데 싫다고 화를 냈다”는 상담글도 있었다.
서울여성병원 관계자는 “10월에만 60여 명이 이 검사를 받았고 그중 미혼인 경우가 20∼30% 이상”이라며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남성이고 예비 신부와 같이 오거나 친구들끼리 온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유명 비뇨기과 5군데에 문의한 결과 병원마다 월평균 10∼20명이 혼전 정자 검사를 했다. 검진 비용은 대부분 5만∼8만 원 선이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엔 난임이나 불임의 책임을 주로 여성에게 돌렸지만 남성 측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여권(女權)이 신장되면서 남성 검진을 당당히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신 서울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남성 난임 진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불임 시대’의 불안감이 남성들을 겨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11년 기준 불임 및 난임 진단자 중 남성의 비율은 약 21%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