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정치부 기자
2011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한 인사의 건의에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침몰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구원등판을 요청하던 때였다.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라지만 정권 말기 총선 참패가 불 보듯 뻔해 보이는 상황에서 대선 가도에 흠이 되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던 고뇌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당시 당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점만 홍보했다.
그러다 보니 참모진이 대통령을 신격화하는 듯한 태도를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대통령은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리 위기가 닥쳐도 표정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자주 말한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부탁하면 “감히 대통령의 워딩을 참모가 어떻게 해석하나. 있는 그대로 써 달라”고 오히려 당부할 정도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윗분’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 같다.
물론 박 대통령의 절제된, 강한 모습은 국민이 기대하는 리더십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침없는 언행으로 논란이 됐던 이후론 보다 안정감을 주는 대통령에 대한 여망이 커졌던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이에 부응하는 면모를 보임으로써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한다’는 그런 반듯함이 왠지 거리감을 주기도 한다.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한 지도자의 느낌이 아니다. 가끔은 박장대소하고, 등산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시장 외에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얼마 전 박 대통령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후드 티에 운동화를 신고 웃으면서 공을 던지는 모습,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이지 않은 채 주심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모처럼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