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전략을 빠르고 쉽게”… 슈퍼컴, 中企의 구원자로
미국 테네시 주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 ‘타이탄’. 타이탄은 초당 2경 회에 가까운 연산처리 능력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이다. 위키미디어 제공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 공장 폐수는 고속으로 폐수를 회전시켜 찌꺼기를 걸러 내거나 용존산소량을 높이는 등 첨단 하수 기술로 정화되고 있다. 이 중 용존산소량을 높이는 기포 발생 장치의 효율을 높이고 개선하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1년 나노 수처리 기술 중소기업 ‘에스엠워터테크’는 마이크로 크기의 기포를 만드는 장치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실제 장치를 만들어 실험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 결국 중소기업청의 ‘모델링&시뮬레이션 환경지원 사업’의 문을 두드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슈퍼컴퓨터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 제왕절개 여부도 슈퍼컴으로 판단
이처럼 일반 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수백 배 빠른 슈퍼컴퓨터가 중소기업 R&D 혁신을 앞당기고, 창조경제 활성화에 속도를 붙이는 핵심 요소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의 기술을 쫓아가기보다 빠르게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이른바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의 구원병으로도 슈퍼컴퓨터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에스엠워터테크의 마이크로 버블 발생기 개발 기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 단계
해외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전염성 질병 예방, 금융 거래, 경기변동 예측, 제품 설계 등 공공 부문과 산업, 삶의 질 전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다
이식 KISTI 슈퍼컴퓨팅전략실장은 “슈퍼컴퓨터는 복잡한 연구에만 활용하는 장비가 아니다”며 “우리가 흔히 먹는 과자 모양, 주방에서 사용하는 레인지후드, 김치냉장고 설계, 세제 개발에도 활용되는 등 기존의 R&D 속도를 높이고 효율을 개선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12월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슈퍼컴육성법)’이 제정됐다.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관리·육성해 국가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 향상, 국가 안보와 과학기술 혁신 등을 위한 첨단 지식정보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우리나라의 사회적 활용이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지수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장은 “슈퍼컴이 연구 장비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슈퍼컴이 국가나 사회, 경제, 과학기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현재 보유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배분하는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