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마스트리히트 조약 발효 20돌… 몸집 커진 EU의 명암
《 ‘동진(東進)과 팽창을 거듭했지만 유대감은 약해졌다.’ 유럽연합(EU) 출범의 출발점이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1일로 발효 20주년을 맞는다. 조약은 1991년 12월 유럽공동체(EC) 12개국 정상들이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합의해 각국 정부의 비준을 거친 뒤 1993년 11월 1일 발효됐다. EU는 경제 및 화폐 통합, 공동 외교안보 정책, 내정과 사법 분야 협력이라는 3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조약 체결 이후 20년간 EU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
○ 경제통합 공고화와 EU의 위상 강화
하지만 외교와 국방 통합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외교는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주요 국제문제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기가 어렵다. 최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 해제 과정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전체 투자의 80% 이상이 회원국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EU는 지속적인 동진정책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조약 체결 당시 12개국이던 EU 회원국은 올해 크로아티아의 가입으로 28개국으로 늘었다. 마케도니아 등 동유럽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옛 소련 회원국도 EU에 가입하기 위해 줄 서 있다.
EU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2008년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제위기는 회원국들의 결속력과 충성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EU라는 한 지붕 아래 이익을 보는 나라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나라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가 최근 유럽 주요 8개국 시민 7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EU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15%포인트나 떨어졌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독일 등 돈줄을 쥔 국가들이 그리스와 스페인 등 구제금융 국가에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면서 반EU 정서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적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서 유로는 부자 국가의 착취수단이라는 주장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반대’와 유로존 폐지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들이 크게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EU의 미래는 회원국 간의 정서적 화합과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은행연합 완성 등 조약에서 예상하지 못한 도전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