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스포츠동아DB
'괴물' 류현진(26·LA 다저스)은 변함이 없었다. 지난달 29일 귀국한 류현진은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워커힐 씨어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친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멘탈 붕괴는 없다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달리기 꼴찌를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시즌 초반에 부진했다면 여러 말이 많이 나왔을 텐데 성적이 잘 나와서 묻혔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는 스프링캠프였고 몸 만드는 단계기 때문에 주변의 우려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평가도 좋았다. 류현진은 올 시즌 자신에게 99점을 줬다. 1점을 깎은 건 동부 방문 경기에서 시차적응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99'는 류현진의 등번호이기도 하다. 그는 "4월 초반에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공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전체적으로 구위가 나빴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저스의 마케팅 담당 겸 류현진의 통역사인 마틴 김도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들어와 속상해하는 모습도 많이 봤지만 류현진은 몇 분 후면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배웠다"고 칭찬했다.
내년에도 류현진만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 불펜피칭을 하지 않아서 1회에 불안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그는 "내년에도 불펜 피칭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올해처럼 4일 동안 빠르게 회복하는 것만 신경 쓰겠다"며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틴 김은 류현진을 "라커룸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라고 했다. 그는 "다저스의 기둥은 우리베다. 라커룸에서 항상 밝고 솔직하고 동료들을 챙겨주는 선수다"며 "그런 우리베가 '류현진은 언제 봐도 항상 밝게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류현진 특유의 인사법도 화제가 됐다. 마틴 김은 그의 밝은 인사성을 칭찬하면서 "보통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만나면 '와츠업(What's up)'이라고 인사하는데 류현진은 어디서 배워왔는지 엄청 높은 목소리로 '왓업~ 왓업'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재밌는지 선수들도 류현진만 보면 똑같이 따라한다"고 털어놨다.
류현진도 자신의 성공 비결을 친화력으로 꼽았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는 한국 선수들에게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라"고 조언했다. 또 "내가 김병현 선배(넥센)에게 들었던 것처럼 미국에 가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운동하라"고 덧붙였다.
●신인왕 후보로 선정
이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올해의 위대한 야구(GIBBY·Greatness in Baseball Yearly)' 부문별 수상 후보를 결정해 발표했다. GIBBY상은 22개 부문으로 나뉘어 팬과 미디어, 야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5주간 투표를 진행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류현진은 신인상 부문에서 10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MLB.com은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첫 해를 성공적으로 보냈다. 신인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92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신인들 중에서 평균자책점(3.00)과 다승 부문 2위(14승), 탈삼진 4위(154개)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신인상 후보는 류현진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타자)를 비롯해 크리스 아처(탬파베이·투수), 게릿 콜(피츠버그·투수),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투수), 에반 개티스(애틀랜타·포수), 호세 이글레시아스(디트로이트·유격수),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투수), 윌 마이어스(탬파베이·외야수), 훌리오 테헤란(애틀랜타·투수) 등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