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성 떨어지고 집단 감염 위험보건당국은 뒷짐… 실태조사도 안해
30대 여성 김모 씨는 지난달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용종을 제거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한 곳에서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었다. 급성 헬리코박터 감염이라는 진단이 나와서다.
의사는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감염됐을 것이다. 용종 제거용인 생검겸자(生檢鉗子·Biopsy Forcep)의 재사용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내시경 검사를 받은 대형종합병원을 찾아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조차 듣지 못했다.
생검겸자는 내시경 검사를 할 때 대장이나 위의 생체 조직을 떼어내는 의료기구. 한 번만 사용하는 일회용과 10회가량 재사용이 가능한 기구로 나뉜다. 문제는 의료기관이 규정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생검겸자를 10회 이상 사용하면 2차 감염 또는 집단 감염의 위험이 높다. 초음파 세척을 하더라도 과거 검사에서 떼어낸 조직 세포가 완전히 씻겨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내시경 검사의 정확도에 문제가 생긴다. 김 의원은 “병의원급에서는 재활용 빈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용 생검겸자를 다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2년에 한 차례 정도 실태조사를 했지만 혈액투석 필터나 혈관 카테터(특수바늘)에 비해 생검겸자는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 2008년 41건, 2010년 3건, 지난해 32건의 재사용 사례가 적발됐지만 2009년과 2011년은 실태 조사조차 없었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는 한 해 약 1200만 명이 내시경 검사를, 369만 명이 조직 검사를 받는다. 보건당국이 생검겸자의 재사용 실태를 더욱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