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대 삼성라이온즈 한국시리즈 7차전 경기가 1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6회말 1사 만루 삼성 최형우 3루수 앞 땅볼 때 송구실책을 틈타 3루주자 정병곤이 홈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대구｜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삼성 정병곤(25)의 오른손이 2013년 한국시리즈(KS) 우승팀을 결정지었다.
더 이상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KS 7차전 최후 결전에서 삼성과 두산은 5회까지 카운터펀치를 날릴 기회를 저마다 날리면서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1일까지 이어진 KS 승부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삼성의 6회말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정병곤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배영섭이 스리번트 실패로 아웃됐지만 박한이의 2루타와 채태인의 고의 4구가 나와 삼성은 1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잡았다. 1회와 3회, 5회 찬스에서 대량득점에 실패한 삼성으로선 더욱 절박한 기회였다. 여기서 삼성 4번 타자 최형우는 두산 핸킨스의 2구째를 받아쳤는데 힘없는 3루 땅볼이 나왔다. 만루 상황인데다 1점 승부였기에 공을 잡은 두산 3루수 이원석은 지체 없이 포수 양의지에게 공을 뿌렸다.
전의를 상실한 두산은 박석민, 김태완에게 연거푸 적시타를 맞고 6회에만 5점을 내줘 흐름을 완전히 잃었다. 만약 이원석의 송구가 정병곤의 팔에 맞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삼성이 쫓길 상황이었기에 양 팀의 운명을 가른 순간이었다. 가히 정병곤의 ‘신의 손’이 삼성을 KS 3연패로 이끈 셈이다.
특히 정병곤은 KS에서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부상으로 갑자기 유격수 주전을 맡았다. 김상수의 그늘 속에서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2차전에서는 공에 오른팔을 맞아 남모를 아픔도 참고 뛰어야 했다. 또 7차전 3회 1사 1·2루에서 최준석 땅볼 때, 공을 글러브에서 빼다가 빠뜨리는 수비 에러로 1-1에서 1-2로 다사 밀리는 실점 빌미도 제공했다. 삼성이 KS에서 패했더라면 실패의 덤터기를 뒤집어써야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정병곤의 오른손은 그 자신뿐 아니라 삼성,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꿨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