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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뒷심이 곰 뚝심 눌렀다

입력 | 2013-11-02 03:00:00

한국시리즈 7차전 7대 3 역전승… 프로야구 첫 3연속 통합우승
4차전까지 침묵하던 방망이 5차전부터 부활
삼성, 1승3패 벼랑끝서 두산에 기적의 3연승




“와이리 좋노”… 단체로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 프로야구 삼성 선수들이 1일 대구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두산을 7-3으로 꺾고 4승 3패로 우승을 확정한 뒤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삼성은 프로야구 최초로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대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이 열린 1일 대구구장. 경기 전 삼성의 타격 훈련 시간에 팝송 ‘스위트 캐럴라인’이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1969년 닐 다이아몬드가 작곡한 경쾌한 선율의 이 노래는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응원가로 유명하다.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는 8회말 공격에 앞서 항상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아이디어를 낸 선수는 고교 졸업 후 보스턴에 입단했던 삼성 1루수 채태인이다. 그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이 우승하지 않았나. 그 기운을 받기 위해 구단에 이 노래를 틀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결국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이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최초로 1승 3패에서 시리즈를 뒤집는 기록도 세웠다.

삼성은 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마운드의 효율적인 운용과 타선의 집중력을 발판 삼아 두산을 7-3으로 꺾고 우승했다. 최근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2002년 첫 우승 이후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은 2000년대 최강의 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반면 사상 첫 정규시즌 4위 팀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두산은 먼저 3승을 거두고도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큰 경기 승패는 수비에서 갈린다’는 야구계 격언처럼 이날 승부도 수비 실책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2-2로 동점이던 6회말 삼성의 공격. 1사 만루에서 4번 타자 최형우는 3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평범한 땅볼을 쳤다. 하지만 두산 3루수 이원석이 포수에게 던진 공이 홈으로 쇄도하던 3루 주자 정병곤의 오른손을 맞고 뒤쪽으로 흐르는 사이 정병곤은 물론이고 2루 주자 박한이까지 홈을 밟아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계속된 1사 2, 3루 찬스에서 박석민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쳐냈고, 2사 3루에서는 김태완의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7-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한 ‘끝판대장’ 오승환은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고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류중일 감독은 “모든 선수가 MVP다. 이 같은 영광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감독은 늘 배가 고픈 사람이다. 올해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최강 삼성’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는 삼성 외야수 박한이가 선정됐다.

▼ 패장의 말 ▼
두산은 하나… 패배자는 없다

▽김진욱 두산 감독=
프로에서 이기지 못한 건 모두 감독의 책임이다. 투혼을 발휘하며 여기까지 와준 우리 선수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우리 중 누구 한 명도 패배자는 없다’는 말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두산 베어스는 하나’라는 마음을 가졌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 큰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소득이다.

대구=이헌재 uni@donga.com·황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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