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파문’ 장경욱 前기무사령관
최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국군기무사령관의 교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군내 정보를 관장하는 핵심 요직인 기무사령관이 임명 6개월 만에 교체된 것도 이례적인 데다 신임 사령관에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지만 씨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 37기)이 기용됐다는 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사 배경을 놓고 군 안팎에서 갖은 추측과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명령에 의해 그만뒀는데 자꾸 얘기하는 것은 취할 자세가 아닌 것 같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질문이 계속되자 작심한 듯 자신과 참모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인사 조치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업무에 대한 군내 불만과 비판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기무사령관이 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업무의 부적절성을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좌천성 경질’을 당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김 장관의 인사 방식에 대해 군 내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적지 않았다. 김 장관이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워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을 지나치게 챙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장관을 보좌했거나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본 사람들이 잇달아 진급하자 군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장 전 사령관은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며 이번에도 관련 규정과 절차를 지켜 그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과거 사령관들도 그렇게 (청와대 보고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군 장성 인사 발표 전까지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두세 차례 그런 취지의 보고를 했다”며 “(김 장관이) 여러 가지로 잘하는데 인사 관련 불만이 제기되니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청와대가 기능과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가 (기무사령관으로서) 못할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군의 인사 문제를 살피고 견제해야 할 청와대의 군 출신 인사들도 과거 데리고 있었던 사람들을 다수 진급시켰다”며 “이는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고 이런 일들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부하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사 발표 당일 오후에 국방부 관계자가 ‘내일 새 사람이 오니 이임식을 하려면 오후에 하라’고 했다”며 “소대나 분대도 아니고 기무사 규모의 부대장을 이런 식으로 교체한 전례가 없다. 다분히 감정적이고 계획적인 처사이자 인격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아무 죄 없이 평생을 조직에 헌신한 참모와 부하들까지 원대 복귀와 야전 방출 조치를 당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부와 합참 국정감사에서 기무사령관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육사 27기)은 김 장관(육사 28기)에게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송 의원은 “기무사령관의 전격 교체 배경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장관의 위상은 추락했고 재임 기간 큰 오점을 남겼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송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군 내부에선 장 전 사령관 경질 이유의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군 인사를 둘러싼 곪았던 상처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군 일각에선 ‘김장수(대통령국가안보실장)-김관진’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장성 진급 인사에서 특정인을 민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김 장관은 “장 전 사령관이 대리 근무 체제였고 여러 능력이나 자질 등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근거해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