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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기무사 스캔들

입력 | 2013-11-02 03:00:00


기무(機務)의 사전적 정의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이다. 조선이 1880년 설치한 ‘통리기무아문’에서 기무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였다. 1894년 갑오개혁 때 정치와 군사 사무를 관장한 군국기무처에도 이 단어가 들어 있다. 군 수사정보기관인 국군기무사가 현재의 이름으로 개편된 것은 1991년 1월이다. 윤석양 당시 국군보안사령부 이병이 민간인 불법 사찰을 폭로하면서 기무사로 개명(改名)했다.

▷전두환 씨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권력의 공백이 생겼던 시기에 보안사 조직을 활용해 군권(軍權)을 장악했다. 1980년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실질적인 최고통치권자였다. 하나회 보스이던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은 보안사의 전신인 방첩부대장을 지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형님이 각하의 후계자’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빌미가 돼 쿠데타 모의 혐의로 옷을 벗었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가 강화되면서 기무사의 정치 개입은 이제 ‘과거사’가 된 듯하다. 보안 대책 수립과 정보 수집 범위를 군과 관련된 활동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대간첩·대테러 및 방위산업 보안 등 국가안보 업무가 제1목표가 된 지 오래다.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 직속이지만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이후 기무사령관의 요청으로 대통령을 독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어제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 직무대리가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된 배경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 전횡에 대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이 이유라는 소문이 나돌지만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필 후임자인 이재수 중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고교 동창이다. 호사가들은 ‘만사제통(萬事弟通)’이라고 수군거린다. 쉬쉬할수록 의혹이 커져갈 테니 군사기밀이 아니라면 정부가 속 시원히 경위를 설명하면 좋겠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