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구역 소년샐리 가드너 지음/줄리안 크라우치 그림/최현빈 옮김/328쪽·1만2000원·다른
광포한 폭력과 일상적인 감시가 횡행하는 7구역에서 소년 스탠디시는 되도록 멍청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는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데다 심각한 난독증이 있어 “머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았다. 다리 기형 같은 ‘결점’이 있는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다른 학교로 보내졌다. 아이들은 약한 친구들을 재미삼아 두들겨 팼다.
그곳에서는 하루아침에 누군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무도 이유는 몰랐다. 감히 묻는 사람도 없었다. 스탠디시의 엄마와 아빠가 어느 날 사라졌다. 친구 헥터의 가족도 없어졌다. 헥터는 숨 막힐 듯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스탠디시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친구였다.
소설 속 현실은 어둡고 절망적이다. 때로 우리 사회의 음지를 들춰 보는 듯도 하다. 하지만 스탠디시와 헥터 두 소년이 보여 주는 우정, 거짓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은 작은 희망의 꽃을 피워 낸다. 엇비슷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 줄을 선 국내 어린이·청소년 책 시장에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