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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다이제스트]원소의 세계사 外

입력 | 2013-11-02 03:00:00


원소의 세계사
휴 앨더시 윌리엄스 지음·김정혜 옮김/544쪽·2만 원·알에이치코리아

원소주기율표는 잊어라.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원소의 특징을 인류 문화사와 결합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강대국 힘의 원천이던 스페인의 황금(Au), 영국의 철(Fe), 미국의 우라늄(U)과 플루토늄(Pu)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플루토늄의 원소 기호는 원래 Pl이 맞지만 ‘오줌, 윽’이란 영어속어(P. U.) 발음을 따서 장난스럽게 지어졌다. 인(P)은 죽은 청어가 내는 빛의 미스터리를 풀다가 발견됐고, 반 고흐의 정신이상은 당시 물감 원료로 색채혁명을 일으킨 카드뮴(Cd) 중독일 가능성도 있다.
    
    
    
    
돈의 철학
게오르그 짐멜 지음·김덕영 옮김/1092쪽·5만5000원·길

2007년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지멜 선집을 발표해 지멜에 대한 재조명의 물길을 튼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그의 방대한 대표작을 번역했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나란히 1900년 출간됐다. 현대인의 꿈으로 전이될 돈이 모든 것을 무차별화하고 평준화하는 물질문화의 천박한 매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런 돈이 노동과 투쟁으로부터 현대인을 해방시켜 결국 새로운 정신문화의 토대를 구축하게 될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른바 돈(물질문화)과 영혼(정신문화)의 결합이다.
    
    
    
    
다시 태어나다

수전 손택 지음·데이비드 리프 엮음·김선형 옮김/412쪽·2만 원·이후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불렸던 평론가 수전 손택(1933∼2004)이 14세부터 30세까지 쓴 일기. 열여섯 살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입학한 비범한 문학소녀는 동성애 성향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다가 열일곱에 대학강사 필립 리프와 쫓기듯 결혼한다. 7년 뒤 영국 유학 이후 두 여인과 사랑에 빠지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성적 갈망과 지적 갈망이 교차하는 젊은 예술가가 겪는 영혼의 담금질 과정을 볼 수 있다. 리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실명만 살짝 감추는 정도의 편집으로 내놨다.
    
    




    
    
부수적 피해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장일준 옮김/296쪽·1만8000원·민음사

올해만 벌써 7번째 책이다. 이쯤이면 ‘바우만 소나기’라고 부를 만하다. 이번 책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콜래트럴 데미지’(2002년)와 같은 제목이다. 군사작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단어다. 폴란드계 영국 사회학자인 저자가 86세 때인 2011년 발표한 이 책은 현대인이 직면한 온갖 불평등과 부도덕의 문제들이 ‘부수적 피해’라는 기만적 용어로 은폐되거나 미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팔순 학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예리한 글 솜씨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