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평전/호영송 지음/396쪽·1만4000원/문학세계사
이어령이 잡지 문학사상의 주필로 활동하던 시절, 이 잡지의 문학기자로 일하면서 이어령을 알게 됐다는 작가는 다면적인 얼굴을 지닌 문화 창조자로서의 이어령의 역동적이고도 정력적인 삶을 독자 눈앞에 펼쳐 놓는다. 기성세대의 무능과 권위주의를 고발하며 문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청년 문인 이어령이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경의를 표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계 원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의 정신을 관통하고 있는 ‘창조’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이 책이 때로는 현미경처럼, 때로는 망원경처럼 조망하는 이어령의 참모습은 다채롭다. 일본어 세대로서 우리말과 글에 대해 느끼는 죄의식을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 모습부터 일본의 외로운 하숙방에서 일본어로 쓴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발표해 일본 지식인을 경악시킨 순간, 남보다 한발 앞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개념이나 자본주의 개혁(생명자본주의) 운동을 제창하는 모습까지 그의 치열한 정신세계를 심도 깊게 분석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