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서당/김동철·송혜경 지음/280쪽·1만4900원·북드라망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7일은 입동(立冬)이다. 책은 겨울을 냉랭한 음기가 가득해 물과 땅이 얼고 먹거리는 자취를 감추는 계절로 풀이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에도 양기는 있다. 다음 해에도 살아남겠다는 뜨거운 양기가 우리 속에 자리 잡는다. 저자는 혼자서는 이 양기를 끌어낼 수 없고 관계 안에서만 양기가 힘을 발휘한다고 설파한다. 입동 때 음의 기운이 강한 어르신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치계미(雉鷄米) 풍속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결국 남이 아닌 자신을 살리는 일이었다.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오매불망 봄부터 기다린다. 입춘(立春)에는 남 몰래 좋은 일을 하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지만 재미난 ‘아홉차리’도 있다. 입춘에는 무슨 일을 하든 9번을 한다. 밥도 9번 먹고 매를 맞아도 9번만 맞는다. 그런데 그냥 웃자고 하는 풍속이 아니다. “약간 모자란 듯 일을 남겨 놓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 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는 것이 핵심이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