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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美서 출간 ‘우주 비행사의 지구생활 가이드’

입력 | 2013-11-02 03:00:00

공중부양 기타 치는 스타 우주인…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애환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직접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돼 18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제공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달랑 8분 42초였다. 그러나 거기에 이르기 위해 훈련한 날만 수천 일이다.’

스타 우주비행사인 크리스 해드필드(54)가 최근 출간한 ‘우주 비행사의 지구생활 가이드’에서 지난해 12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던 순간을 그린 글귀다. 두 번의 우주 유영과 6개월 동안의 ISS 근무를 마치고 올 5월에 지구를 다시 밟은 그는 곧바로 은퇴했다. 이어 20년 간의 우주 비행사 생활을 담은 일종의 회고록을 내놓았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미국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과학자의 사투를 감동적으로 다룬 영화 ‘그래비티’ 열풍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캐나다 출신 첫 우주인으로 기록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능숙한 첫 우주인으로도 평가받는다. 트위터나 텀블러에 ISS에서의 생활상을 생생히 띄워 연예인 부럽지 않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트위터 팔로어만 100만 명이 넘는다. 그가 ISS에서 둥둥 떠다니는 기타를 직접 퉁기며 부른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우주의 기이)’ 동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1800만 회에 이른다.

그가 책에서 그린 우주비행사의 생활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지구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지구적’이다. 그가 제목을 ‘지구생활 가이드’라고 붙인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ISS에서 그의 근무 시간은 주 7일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기상곡은 특별히 신나는 곡으로 정한다. 아일랜드 출신 록그룹인 U2 버전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테마곡을 자주 튼다. 체류하는 동안 130회가 넘는 과학실험을 했다.

바쁘고 외로운 나날이지만 1시간 반마다 내려다볼 수 있는 푸른 지구가 이를 말끔히 씻어준다. ISS는 시속 2만8163km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저자는 우주인들은 결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디서 다가올지 모를 죽음의 공포 앞에 오히려 지나치리만큼 꼼꼼한 사람들이라고 묘사했다.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위협이 될지 철저히 해부한다. 그런 다음 해결할 방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연습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이성적인 공포는 희석된다.” 이 대목은 마치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최고경영자(CEO)의 방법론을 연상시킨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자질도 소개한다. 중요한 것은 폐쇄공포증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을 선발할 때 가장 중시하는 테스트가 대형 공 안에 집어넣고 얼마나 버티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때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있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막상 이 공간에서 밀린 잠도 자고 여러 생각을 하면서 별 어려움 없이 견디었다고 회상했다. 우주인으로 타고난 그가 그린 우주 생활은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려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