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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머물러 있는 남편 쫓겨날라

입력 | 2013-11-03 15:31:00

[시사로 본 법률상식] 황혼이혼




이혼은 이제 일반화됐다. 결혼 후 성격 차이 등을 충분히 확인해 같이 사는 것이 너무 힘들거나, 지금이라도 헤어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면 여러 번의 망설임 끝에 이혼을 선택한다. 따라서 결혼 10년 이내 부부의 이혼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하다. 20년 이상 서로 맞춰가면서 혼인생활을 유지한 부부가 이혼하는 건 무척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황혼(黃昏)이혼이 급증하고 있다. 황혼이혼율이 기어코 신혼이혼율을 앞질렀다고 한다.

법률적으로 보면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녀 양육이고 그다음은 재산 분할이다. 황혼이혼의 경우 자녀가 이미 장성해 양육권이나 양육비 문제가 별로 없다. 어린아이를 생각해 참을 필요도 없다. 또 재산 분할 문제를 보면,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재산 중 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분할해줘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재산 보유 실명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이혼 시 받는 분할 재산은 소위 ‘실속’ 있는 것이 됐다. 나누려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고, 적지 않게 받아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혼은 이제 곧 종착역이 온다는 의미다. 30세에 결혼해 30년간 부부로 살았다면 60세가 된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인생 황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평균수명이 대략 80세라고 보면 20년이라는 세월이 더 남았다. 노인이 환갑을 맞으면 마을 경사라며 같이 기뻐해주던 시절은 이미 갔다. 이제는 환갑잔치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 인생 60세는 더는 황혼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으니 이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은 때다. 따라서 인생의 종착역을 앞두고 헤어진다는 의미인 황혼이혼이라는 말은 더는 타당하지 않다.

남편은 30년간 돈을 벌어 대부분 집에 가져다주고 아내는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렸을 것이다. 남편은 30년간 가져다준 돈과 그 돈을 벌려고 들인 어마어마한 인내 및 노동을 강조하고 싶겠지만, 아내는 지금 남은 것이라곤 집 한 채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그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아내와 친구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최소한 ‘주적’ 관계는 피해야 한다. 남편도 이제 노쇠해 활동력이 많이 감퇴한 만큼 아내와 잘 지내는 것이 힘든 일은 아니지만, 늙었다고 해도 기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되는 일도 아니다. 심리적으로는 고통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법이라 감정 처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노부부는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한다. 남편 처지에서는 지금까지 영역을 확대해왔는데 자꾸 빼앗기는 형세가 되니 더 서러울 수 있다. 그런데 황혼이혼 주동자는 거의 아내 쪽이다. 그러니 과거 영광은 상상 속에서나 즐기고 현실에서는 조금씩 빼앗기면서 같이 쓰는 것이 슬프지만 최선이다.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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