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독려에 외환-하나銀 상품출시목돈 안드는 전세 이어 참담한 실적… “시장 역주행 탁상행정이 낳은 결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월세대출 상품을 선보인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상품 판매 실적은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한 지 한 달가량 되었지만 상담 신청 건수도 1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세대출은 임차인이 최대 5000만 원까지 월세 자금을 은행에서 빌리면 은행이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하고, 임차인은 이자만 은행에 내는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 상품이다. 대출 금리는 연 3∼6% 수준이다.
월세대출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운데 저신용자가 많은데 신용등급이 7등급 이상은 되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판매 실적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다.
월세대출 상품은 출시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올해 3월과 4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선보인 월세대출 상품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두 은행이 상품을 출시한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총 대출실적은 우리 5300만 원(5명), 신한 5400만 원(5건)으로 모두 10명에게 1억700만 원에 그쳤다.
은행권에서는 월세대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상품 출시를 꺼렸지만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며 관련 상품을 출시하라고 독려했다. 올 8월 중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 회의에서 “집 없고 전세보증금 마련마저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월세대출 종합 개선 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은행지점 등을 중심으로 월세자금 대출상품을 적극 홍보하고, 월세대출 상품이 없는 은행들에는 빨리 상품을 선보이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것.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월세대출 상품을 선보였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금융권을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가운데 목돈 안 드는 전세Ⅰ(보증금 인상분에 대해 집주인 명의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담보대출) 사례가 출시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나왔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구와 대전에서 각각 1000만 원과 400만 원에 대해 대출이 이뤄졌다. 세입자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는 조건으로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방식인 목돈 안 드는 전세Ⅱ는 출시 두 달여 만에 186건, 120억7000만 원이 계약됐지만 목돈 안 드는 전세Ⅰ은 한 달이 지나도록 실적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