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해외 사례<3>일본
일본에서는 최근 비용 절감보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유연 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과업체 모로조후와 전자통신기기 제조업체인 OKI(오키전기공업). 모로조후는 이유, 기간을 묻지 않고 직원들의 시간제 근로를 허용하고 있으며, OKI는 올해 들어 재택근무 제도를 정식 시행했다. 사진은 효고 현 고베 시에 있는 모로조후 본사(위쪽)와 사이타마 현 와라비 시에 있는 OKI 연구개발 공장. 모로조후·OKI 제공
‘종신고용’의 나라로 알려졌던 일본에서도 최근 ‘유연한 고용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단시간 근로제도도 그중 하나. 상당수 일본 기업이 정규직 사원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편으로 단시간 근로제도를 활용하지만 모로조후는 이와 달리 정규직 신분을 유지시키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육아, 간병 등의 이유로 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7월 말 현재 모로조후의 정사원은 737명. 이 중 가와바타 씨처럼 단시간 근무를 하는 사원은 11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히로세 게이조(廣瀨敬三) 인사총무부장은 “단시간 근무를 신청하면 이유와 기간, 성별을 묻지 않고 100% 받아들인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풀타임 근무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로조후가 이 제도를 만들기 시작한 건 2005년 무렵. 사원들이 일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였다. 일부 임원은 “조건 없는 단시간 근로제도를 도입하면 정사원 중 3분의 1은 신청할 것”이라며 걱정했지만 2007년 10월 회사는 이 제도를 강행했다.
매년 단시간 근로 신청자 수는 10명 내외.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급료도 비례해 줄기 때문에 너도나도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로 끝났다. 히로세 부장은 “비용 증가나 노무관리 어려움과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 반면 사원들의 회사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기업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시간 근로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원을 중요히 여기는 회사의 사풍(社風)과 의지”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아이를 돌보거나 가족 병간호를 해야 하는 사원은 누구나 1년에 50일까지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미리 소속 부서 상사에게 이야기해야 하며 대부분 주 1회 특정 요일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로선 ‘집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평가하기 힘들다’는 게 걱정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날엔 전화, e메일로 “지금부터 근무한다”라고 사무실에 연락하게끔 했다. 끝날 때는 하루 업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한 재택근무 사원은 “통근시간을 아이들에게 더 쏟을 수 있다. 하루 열심히 일하고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스트레스는 줄어들었고 업무 효율은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여전히 ‘너만 편하게 집에서 일하느냐’라는 일부 동료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고, ‘재택근무를 하면 회사에 폐가 된다’는 생각에 신청을 머뭇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도코로 과장은 “재택근무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와 동료들의 이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성장 전략의 하나로 ‘여성 인력 활용’을 외치고 있고, 유연근로가 업무 실적을 높인다는 연구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사회 전체가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는 방편으로 유연한 근로제도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
▽경제부 박재명 기자
▽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
▽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