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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김진현 지역장 “안전은 무관심의 틈 사이로 녹슬어요”

입력 | 2013-11-04 03:00:00

조선업계 첫 안전관리 명장 삼성重 김진현 지역장




“거 참, 이런 식으로 주차하면 안 돼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대뜸 불호령이 떨어졌다. 자동차 앞바퀴를 왼쪽으로 45도가량 틀어놓은 기자에게 김진현 삼성중공업 지역장(55·사진)은 “튀어나온 바퀴에 걸려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줬다. 지난달 조선업계 최초로 안전관리 분야에서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주인공다운 모습이었다.

지난달 23일 김 지역장을 만나러 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사무실 벽은 물론이고 책상 곳곳에 ‘무관심의 틈 사이로 안전은 녹슨다’, ‘내가 뛴 만큼 사고는 예방된다’ 등 각종 안전 관련 표어들이 붙어 있었다.

1986년 용접공으로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김 지역장은 작업 중 사고를 당하는 동료들을 보고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회사는 동료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안전관리직을 제안했다. 그리고 1993년 그는 회사 역사상 최초로 현장 출신 안전관리 담당 직원이 됐다.

그의 안전관리 철학은 작업환경 개선이다. 작업환경이 좋아야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 지역장이 회사에서 배운 경영혁신활동 ‘6시그마’가 한몫했다. 그는 “현상을 파악한 뒤 통계 수집, 대안 도출, 검증을 거치는 경영혁신 프로세스를 안전관리에 그대로 적용했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작업환경을 개선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그가 개발한 ‘자동화 작업대’다.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거제조선소에서 생긴 전체 사고를 분석한 김 지역장은 약 40%가 추락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용접이 필요한 부분에 임시로 설치했다가 떼어내는 가설발판 때문에 일어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김 지역장은 레일 위의 카메라가 조선소 전경을 찍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가설발판을 설치하는 대신 레일과 크레인을 활용해 선박블록에 맞게 작업대를 움직이는 이동식 자동화 작업대를 만들었다.

그는 “24시간 안전관리만 생각하다 보니 의외의 상황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이동식 작업대를 현장에 적용한 결과 연간 5, 6건 일어나던 추락 사고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2002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안전체험관도 그의 아이디어다. 안전사고를 당한 직원의 근무 경력을 분석한 결과 입사 6개월 미만 신입 직원의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 안전체험관 설립을 건의했다. 협력회사 직원을 포함해 현재 매주 400여 명이 안전체험관을 찾는다.

명장의 꿈을 이룬 그는 ‘후계자 양성’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김 지역장은 “안전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은 세 살 어린이도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안전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후배들을 키워내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