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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맥주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주에 합작공장

입력 | 2013-11-04 03:00:00

12월 착공 내년 7월 완공 목표… “화산암반수 등 가능성 높은 곳”
오타웨이 사장, 亞진출기지 삼아




한국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판매 호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지난해 말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 이후 계속된 맥주 맛 논란의 영향이 작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맥주 회사가 제주도에 맥주 공장을 세우고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 맥주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 맥주 업체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크래프트 맥주’(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지역 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최근 ‘제주 삼다수’를 만드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함께 합작 법인 ‘제주브루잉컴퍼니’를 세우고 맥주 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30종 이상의 맥주를 만들어 현재 북미, 유럽 지역 내 24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업체다. 제주 공장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용암해수단지에 4958m²(약 1500평) 규모로 들어서며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다음 달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이를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로빈 오타웨이 브루클린 브루어리 사장(39·사진)은 “제주는 화산 암반수와 보리 등 좋은 ‘지역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며 “위치도 중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지역에 특화된 맥주를 내년 중으로 만들고 한국, 아시아 시장, 북미 지역까지 유통망을 넓혀 제주 맥주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제주’라는 이름을 상품명에 넣고 제주 감귤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드는 등 지역 특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오타웨이 사장은 ‘맛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맥주에 대해 “제조 기술이나 품질은 A급이지만 맛이 다양하지 않다는 면에선 C급”이라고 평했다. 그는 “맥주 맛 논란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반면 지역 맥주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15∼20%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맥주 업계에서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진출로 한국 맥주 시장이 대기업 제품 위주(1세대), 수입 맥주(2세대) 시대를 지나 해외 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세우거나, 한국 회사와 합작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3세대’에 접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