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부수고 헤엄치다 ‘푸에르자 부르타’
무리를 지어 서 있는 관객들을 가르며 무대가 튀어나온다. 흰색 슈트에 검정 넥타이를 맨 엄숙한 표정의 남자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린다. 그때 귀를 찢는 듯한 한 발의 총성. 셔츠는 피로 물들고 남자는 쓰러진다. 잠시 후 죽은 듯 쓰러졌던 남자가 다시 일어나 피 묻은 셔츠를 벗어던지고 또 달린다. 두 번째 총성과 반복되는 달리기. 관객들은 묘한 긴장감 속에 공연에 몰입한다. 이어 남녀 무용수들이 아이리시 지그(jig)와 아프리카 리듬이 섞인 격렬한 퓨전댄스를 선보이며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흰 상자가 부서지고 벽이 무너지고 종이는 깃털처럼 흩날리고 물이 분수처럼 뿜어지자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른다. ‘크레이지 퍼포먼스’로 불리며 뉴요커들을 사로잡은 비언어극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가 아르헨티나 초연 3년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11년 전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에서 벽을 뚫고 나오고 줄을 타고 내려오는 등 이색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델 라 구아다’ 팀의 새로운 레퍼토리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이란 뜻. 도시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예측불허의 놀이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머리 위에 설치된 거대한 투명 막 위에서 4명의 여자 무용수가 미끄러지고 텀벙거리며 춤을 추는 일명 ‘수조 신’의 관능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전석 스탠딩 공연에 몸을 흔들 기회도 많으므로 옷차림은 편안하게, 소지품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12월 31일/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FB빅탑시어터/문의 1566-1369, 1544-1555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2011년에 이은 두 번째 한국 무대. 플라멩코계의 젊은 실력자인 예술감독 안토니오 나하로의 지휘 아래 새로 선보일 레퍼토리는 ‘그리토’와 ‘스위트 세비야’다. 이를 위해 라이브 연주자와 남녀 무용수를 포함해 4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출연진을 구성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솔로와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듀오, 일사불란한 군무로 다시 한 번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11월 6~10일/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문의 02-2005-0114
뮤지컬 날아라 박씨!
극중극 ‘박씨부인전’을 통해 한 편의 뮤지컬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신예 작가 정준과 작곡가 조한나가 3년여의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2011년 첫선을 보인 후 대구와 서울의 뮤지컬페스티벌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올해 초 대학로 무대에서 매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극장에 걸맞은 다양한 세트와 의상을 준비해 볼거리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6인조 라이브밴드의 합류로 한층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인다. ~11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문의 02-3443-1955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2001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은 길었다. 2008년 첫 워크숍을 한 이래 4년 만인 2012년 초연에 성공한 ‘번지점프를 하다’가 재공연에 들어갔다. 17년 전 소나기가 내리던 날 우산 속으로 뛰어든 태희에게 한눈에 반한 인우는 안타까운 이별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2000년 국어교사가 된 인우 앞에 사소한 행동까지 태희를 꼭 닮은 현빈이 나타난다. 윌 애런슨 작곡, 박천휴 작사, 이재준 연출. ~11월 17일/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문의 02-744-4334
연극 클로저
1997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 50여 개국 1백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신문기자인 댄은 어느 날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한 여자와 시선이 부딪히는데 그 순간 여자는 달려오는 택시에 받혀 쓰러진다. 댄과 앨리스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지만 이들 사이에 사진작가 안나가 끼어들면서 세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앨리스 역은 이윤지•진세연• 한초아, 댄 역은 신성록•최수형•이동하, 안나 역은 김혜나•차수연이 캐스팅됐다. ~12월 2일/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문의 1566-7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