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의 마지막 승자는 FC서울이었다. 서울은 2일 열린 수원과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올 시즌 라이벌전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데얀(앞줄 왼쪽)이 수원 수비진을 헤집고 슈팅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FC서울
■ 많은 걸 얻은 서울, 많은 걸 잃은 수원…
킥오프 5분 만에 수원에 실점…데얀 연속 2골로 역전
올시즌 2승1무1패 우위…광저우와 챔스 결승도 자신
수원, 평소보다 경직…이른 득점도 집중력 저하 독 돼
● 모든 걸 휩쓴 서울
서울의 최근 페이스는 상당히 불안했다. 3연패와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이었다. 거듭된 영패도 아팠지만 가장 답답한 건 득점력이었다. 완벽한 찬스에서 번번이 무위에 그치는 등 공격진의 침묵이 지속되며 서울은 끝 모를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최고의 보약은 수원이었다. 사실상 승점 6이 걸린 매치 업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수원과 올 시즌 4번째 슈퍼매치에서 서울은 완벽히 되살아났다. 골도 터졌고, 실점을 통해 부족한 부분도 찾아냈다. 여기에 승수까지 추가했으니 금상첨화. 올해 슈퍼매치 전적도 2승1무1패로 서울이 앞섰다. 수원에 패했다면 9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챔스리그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었다. 서울은 지난 달 26일 안방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끝까지 투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서울이 불리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급한 불이던 4위 싸움을 유리하게 만든 뒤 광저우 원정에 ‘다 걸기’를 해야 했다.
시작도 불안했다. 킥오프 5분 만에 수원 공격수 정대세에게 첫 골을 내줬다. 하지만 서울의 진짜 ‘쇼 타임’은 실점 이후였다. 서울은 흐름을 주도했다. 전반 34분 에스쿠데로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오른발 킥으로 ‘멍군’을 부른 데얀은 후반 30분 고명진의 침투 패스에 이은 문전 한복판에서 오른발 슛으로 쐐기를 박았다.
● 많은 걸 잃은 수원
심리전부터 졌다. 결전을 앞두고 서울은 수원의 거친 축구를 또 다시 언급했다. 최 감독은 “수원은 우리의 광저우 원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 거친 경기가 예상된다. 부상자가 나와선 안 된다. 수원이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길 희망 한다”고 도발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그이야기를 접한 뒤 그냥 웃었다. 거친 플레이는 2년 전의 우리”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수원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다. 평소보다 경직된 모습이었다. 전반전 파울은 2회. 서울이 오히려 4회로 많았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쉽게 경기를 장악했다. 데얀은 물론, 좌우 측면까지 별 탈 없이 침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꼴이었다. 후반전 들어 수원 파울수(9회)가 급격히 늘었지만 주도권은 서울이 잡은 뒤였다. 늘 데얀을 철저히 막아내던 베테랑 수비수 곽희주의 부상 공백과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측면 풀백 홍철의 공백은 컸다. 복귀가 예상된 플레이메이커 김두현도 훈련 중 발바닥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아예 빠져 여전히 풀 전력을 만들 수 없었다.
이른 득점도 해가 됐다. 오히려 집중력 저하가 나타났고 평소 같은 짜임새 있는 조직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패스 미스가 잦았고, 슛은 부정확했다. 서울은 9개의 유효 슛을 시도한 반면, 수원은 2회만이 상대 골문을 향했다. 결국 수원은 원정 3경기 연속 2실점, 5경기 무승(2무3패)이란 달갑잖은 결과까지 떠안았다.
인터뷰 룸을 향하며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쉰 서 감독은 “아쉬움이 많았다. (서울이 말한) 터프한 축구는 주문한 바도 없다. 요즘 비기고 지는 게임이 많은데 중요한 건 꾸준한 발전이다. 앞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본다. 남은 5경기 전력투구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