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알로이스 원장 “테제의 감동은 침묵” 김영주 총무 “한국 개신교, 성장 얻고 매력 잃어”

입력 | 2013-11-04 03:00:00

WCC 총회서 만난 테제공동체 알로이스 원장-김영주 NCCK 총무




지난달 31일 WCC 총회가 진행 중인 부산 벡스코 광장에서 만난 프랑스 테제공동체 원장인 알로이스 수사(왼쪽)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신한열 수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이들은 “소박한 삶 속에 사랑과 겸손으로 사람들을 위로한 예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 1940년대 설립된 프랑스 테제공동체는 한 해 5만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찾는 초교파 수행공동체. 단순 방문자까지 합하면 수십만 명의 발길이 이어진다. 개신교계 최대 행사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한창인 지난달 31일 대회장인 부산 벡스코에서 테제공동체 원장인 알로이스 수사(59)와 김영주(6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났다. 1974년 테제에 입회한 알로이스 수사는 2005년 2대 원장으로 취임했으며, 교리를 넘어선 침묵의 영성과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해왔다. 2010년부터 NCCK 총무로 활동해온 김 목사는 남북 화해와 교류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

―알로이스 수사는 지난달 22∼26일 북한을 다녀왔고, 김 총무는 과거 남북 교류를 위해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알로이스=우리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인간적 관계를 맺고 싶다. 방북 중 북한 당국이 평양 봉수교회와 장충성당, 정교회를 열어줘 침묵하며 기도할 수 있었다.

▽김=최근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한 그리스도교연맹 지도자들을 만나 북한의 WCC 총회 참석과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 문제를 협의했다. 북쪽 대표들이 WCC에 와서 남북을 위해 기도하고 한민족이라는 것을 세계에 확인시켜 달라고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남북한의 화해를 위한 조언을 주시면….

▽알로이스=인도적인 차원의 접촉과 연결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지원과 방문을 연결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김=남북은 전쟁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믿자고 해서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인내해야 한다. 그 일은 종교가 잘할 수 있다.

―2년 전 방문한 테제의 느림이 주는 평화가 인상적이었다.

▽알로이스=테제를 찾은 젊은이들이 가장 큰 감동으로 꼽는 것은 침묵이다. 현대인들은 매일 소음 속에 살고, 휴대전화를 잠시도 떼어놓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채 뒤쫓기만 하게 된다.

▽김=사실 우리 민족 삶의 정신은 지금처럼 ‘빠름, 빠름’은 아니다. 그런데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겪은 뒤 약자의 입장에서 빨리 힘을 가지려다 보니 빠름을 추구했고, 그게 체질이 된 것 같다. 외부와 격리된 침묵이 자칫 세상의 문제에서 비켜나게 되지 않나?

▽알로이스=우리는 공동체를 시작하면서 형제들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각지로 파견해 그곳에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세상의 모든 이슈들이 테제 안에 있다. 예를 들어 한 주간 아프리카 대륙 젊은이들의 얘기만 듣는 시간도 있다. 어떤 젊은이들은 테제에서 아프리카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테제는 세상이 모이고 만나는 곳이다.

―테제의 소박함은 일부 대형화한 한국 교회와 대조적이다.

▽김=지금 한국 교회에는 덩치가 커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교회는 힘으로 해결하는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다.

▽알로이스=교회 안에도 세상의 잣대로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수의 삶을 따라야 한다. 예수가 어떻게 살았나? 지극히 소박한 삶 속에 겸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했다.

―최근 서구 교회에 신자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알로이스=젊은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뿐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를 따라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신앙을 찾을 때 옆에서 파트너가 돼 주는 것이다.

▽김=개신교는 가톨릭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갈라섰고, 미국 교회들은 그런 개신교와도 구별된다고 했다. 한국 교회들은 또 미국 교회와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 다르다고 주장한 곳의 단점들을 닮아가고 있다.

―테제는 젊은이들만 얘기한다. 나이든 이들은 어떻게 하나.

▽알로이스=하하, (기자도) 마음이 젊으면 찾아와라.

▽김=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130여 년으로 짧지만 신앙의 선배들은 좋은 전통을 물려줬다. 학교와 의료기관을 세우고, 봉건적 잔재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그래서 한때 ‘기독교(개신교)는 참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교회가 외부의 성장주의에 물들면서 그 매력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테제를 찾은 세계 젊은이들의 합창이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 오기를 바란다.

부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