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서 만난 테제공동체 알로이스 원장-김영주 NCCK 총무
지난달 31일 WCC 총회가 진행 중인 부산 벡스코 광장에서 만난 프랑스 테제공동체 원장인 알로이스 수사(왼쪽)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신한열 수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이들은 “소박한 삶 속에 사랑과 겸손으로 사람들을 위로한 예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알로이스 수사는 지난달 22∼26일 북한을 다녀왔고, 김 총무는 과거 남북 교류를 위해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알로이스=우리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북한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인간적 관계를 맺고 싶다. 방북 중 북한 당국이 평양 봉수교회와 장충성당, 정교회를 열어줘 침묵하며 기도할 수 있었다.
▽김=최근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한 그리스도교연맹 지도자들을 만나 북한의 WCC 총회 참석과 평화열차의 북한 통과 문제를 협의했다. 북쪽 대표들이 WCC에 와서 남북을 위해 기도하고 한민족이라는 것을 세계에 확인시켜 달라고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알로이스=인도적인 차원의 접촉과 연결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지원과 방문을 연결해 서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김=남북은 전쟁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믿자고 해서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인내해야 한다. 그 일은 종교가 잘할 수 있다.
―2년 전 방문한 테제의 느림이 주는 평화가 인상적이었다.
▽알로이스=테제를 찾은 젊은이들이 가장 큰 감동으로 꼽는 것은 침묵이다. 현대인들은 매일 소음 속에 살고, 휴대전화를 잠시도 떼어놓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채 뒤쫓기만 하게 된다.
▽알로이스=우리는 공동체를 시작하면서 형제들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각지로 파견해 그곳에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세상의 모든 이슈들이 테제 안에 있다. 예를 들어 한 주간 아프리카 대륙 젊은이들의 얘기만 듣는 시간도 있다. 어떤 젊은이들은 테제에서 아프리카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테제는 세상이 모이고 만나는 곳이다.
―테제의 소박함은 일부 대형화한 한국 교회와 대조적이다.
▽김=지금 한국 교회에는 덩치가 커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교회는 힘으로 해결하는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다.
▽알로이스=교회 안에도 세상의 잣대로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수의 삶을 따라야 한다. 예수가 어떻게 살았나? 지극히 소박한 삶 속에 겸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했다.
▽알로이스=젊은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뿐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를 따라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신앙을 찾을 때 옆에서 파트너가 돼 주는 것이다.
▽김=개신교는 가톨릭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갈라섰고, 미국 교회들은 그런 개신교와도 구별된다고 했다. 한국 교회들은 또 미국 교회와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 다르다고 주장한 곳의 단점들을 닮아가고 있다.
―테제는 젊은이들만 얘기한다. 나이든 이들은 어떻게 하나.
▽알로이스=하하, (기자도) 마음이 젊으면 찾아와라.
▽김=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130여 년으로 짧지만 신앙의 선배들은 좋은 전통을 물려줬다. 학교와 의료기관을 세우고, 봉건적 잔재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그래서 한때 ‘기독교(개신교)는 참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교회가 외부의 성장주의에 물들면서 그 매력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테제를 찾은 세계 젊은이들의 합창이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 오기를 바란다.
부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