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400회 맞는 ‘공간시낭독회’… 창립 멤버 박희진 시인-낭독회장 이인평 시인
400회 낭독회를 앞둔 공간시낭독회의 창립 멤버 박희진 시인(왼쪽)과 이인평 공간시낭독회 회장이 400회 낭독회 기념 시집과 낭독용 시집 등을 들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공간시낭독회라는 이름은 첫 낭독회가 건축사무소 ‘공간 스페이스’ 건물(서울 종로구 원서동) 지하에 있던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시작된 것에서 따 왔다. “구상 선생이 공간 스페이스의 대표인 건축가 김수근 씨가 지하 소극장을 마음대로 활용해도 좋다고 했다며 시 낭독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성찬경 시인과 제가 의기투합하면서 첫 낭독회가 열렸죠.”(박 시인)
시인 3명이 자작시를 들려주는 초미니 모임이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청중이 늘어 매번 100여 명이 시를 들으러 왔다. 청중이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 넘쳐 극장 밖에 확성기를 달아 내부 상황을 중계하는 날도 있었다. 이인평 회장은 “외국에서도 시낭독회가 30년 넘게 이어진 사례를 찾기 어렵다.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공간시낭독회는 1986년 공간사랑 시대를 마감하고 바탕골예술관(서울 종로구 동숭동), 북촌창우극장(서울 종로구 원서동), 한국현대문학기념관(서울 중구 장충동) 등으로 근거지를 옮겨가며 이어졌다. 현재는 바움아트갤러리(서울 종로구 원서동)를 근거지로 매월 첫째 주 목요일 낭독회를 열고 있다. “초대 멤버인 성찬경 선생께서 2월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그토록 고대하던 400회 낭독회를 보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픕니다.”(이 회장)
30여 년의 연륜 속에 낭독회에도 고민이 있다. 40명 남짓한 상임시인들이 고령화되고 있고, 낭독회를 찾는 청중도 20∼30여 명 선으로 줄고 있는 것. 젊은 시인들의 참여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독자의 이해 여부에 관계없이 현대시는 무조건 어렵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인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늘날 ‘시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우리 시인들 자신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입니다.”(박 시인)
400회 낭독회는 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문학의 집’ 산림문학관 중앙홀에서 열린다. 축사와 시 낭송, 안숙선 명창 등의 축하공연도 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