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女계장… 집도 은행도 환해졌다 (동아일보 10월 23일자 B1면)
정부가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 여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얼마나 정착되느냐에 달려 있다. 여주인공이 시간제 일자리로 직장에 돌아가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준 드라마 ‘역전의 여왕’ 등장인물들. 동아일보DB
○ 시간제 일자리로 찾은 또 한 번의 기회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회사로 복귀해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결혼 전 고액 연봉에 재개발 아파트까지 소유한 능력 있는 직장 여성이었지만, 결혼 후 다섯 살 난 딸을 키우는 평범한 전업주부가 됩니다. 비록 시간제 계약직이지만 예전 직장에서 다시 일할 기회를 얻게 된 여주인공은 고난 끝에 또 한번 인정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 속 여성의 모습은 시간제 일자리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운 고용률 70% 달성 여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근로시간이 주 15∼30시간, 기간을 정하지 않는 근로계약 체결, 임금·복지후생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이 없는 일자리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저부가가치 산업에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시간제 일자리 182만6000개 중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5%, 음식숙박업은 15.5%에 이릅니다. 둘째,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전체의 65.1%를 차지합니다. 셋째, 학력이 낮은 저숙련 직종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 고용률 상승 견인차
독일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한때 유럽의 환자로 불렸던 독일의 경제는 2003년부터 고용서비스의 현대화를 위해 4단계 노동시장 개혁을 실시했습니다. 2003년 64.6%였던 독일의 고용률은 2008년 70.2%까지 올라갔습니다. 2012년에는 고용률 76.7%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죠. 지금도 추진 중인 개혁의 결과로 2013년 8월 독일의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인 5.2%까지 낮아졌습니다. 유럽 전체 실업률이 평균 12%이고,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실업률이 2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뛰어난 성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독일 개혁이 성공한 데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제한이 없는 미니잡(임금 월 450유로)과 미디잡(임금 월 450∼800유로)의 활성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였고, 여성 취업률이나 경제활동 참가율도 비약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물론 고령자와 청년들의 일자리도 함께 증가했고요. 독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성공한 것은 미니잡과 미디잡에 대한 세금 혜택, 장기 실업자를 관리하는 잡센터 설립 등 정부의 장기 고용정책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일각에선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가 저임금 노동을 확산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지만, 경제활동인구 증가, 국민소득 증가, 실업률 감소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면 분명 주목할 만한 정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조용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기업은 전일제 정규직과의 갈등이나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 인사 및 평가 제도를 마련하고 확산시켜야 합니다. 가계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부와 기업의 비용 증가로만 그치지 않도록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부단한 자기 계발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용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