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A 씨 부부가 그랬다. 얼마 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남편을 간호하던 부인이 하루는 진료실을 찾아왔다. 남편이 저리 아프니 본인이라도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잔병치레가 없어 건강을 자신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검사 결과 부인에게선 암이 되기 직전 단계인 상피내암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다행히 간단한 수술만 하면 완치될 정도였다.
B 씨는 부인이 다른 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가 재발하자 필자에게 온 사례다. B 씨도 A 씨처럼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시경검사를 받았는데 종양이 발견됐다. B 씨 부부는 이미 둘 다 전이가 이뤄진 상태여서 심각했지만 다행히 수술이 가능했다. 지금은 무사히 퇴원을 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손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필이면 닮지 않아도 좋을 암을 부부가 서로 닮을까.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을 무시하기 힘들다.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대장암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하지만 부부는 유전적으로는 전혀 얽혀 있지 않다. 집안 내력으로 부부가 함께 암에 걸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우연적 요소들과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부부가 함께 대장암에 걸리는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대장암을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대장암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변비나 설사는 일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 대변의 굵기가 가늘어졌다거나 대변을 본 후에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남아있다는 얘기는 부부끼리도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