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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의지, 취임이후 처음 밝혀

입력 | 2013-11-04 03:00:00

朴대통령 “김정은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대북정책 변화 기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삼가 왔다.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는 원론적 발언을 했지만 취임 직후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이 계속되자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5월 미국 방문 중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지금 당장 만난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2일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 답답한 남북 관계 풀 열쇠는 역시 정상회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필요하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제언이 끊이지 않았다. 최고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북한의 시스템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을 통하지 않고는 얽힌 남북 관계 현안들을 풀기가 어렵다는 논리다.

청와대 내에서도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와 이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는 대북정책에 대해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사실상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남북정상회담 같은 특단의 조치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가 최근 통일부에 대한 2차례의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북정책의 유연성과 융통성’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일 국감에서 “정부가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에 대해 (해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선제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시간 대화하면서 남북 간 현안을 논의한 경험이 있고 당시 회담에 대해 좋은 인상도 갖고 있다”며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나야 문제가 풀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북한의 변화 의지가 정상회담 성사의 관건

박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조건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한다”며 ‘북한의 진정성’을 요구했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여건이 마련되기 전에는 섣불리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박 대통령이 주문한 ‘진정성’을 판단할 1차적 근거”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리트머스시험지는 남북 현안의 진전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국제화 및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의 해결 등 남북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남북 정상이 마주 앉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정부는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제의나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등에도 북한이 화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북한의 변화나 변화 의지가 확인되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추진할 공간이 마련될 개연성이 크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진행 중인 관련국들의 물밑 대화가 잘 풀려 북핵 논의가 진전되고 김정은의 방중 등이 순차적으로 잘 진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동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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