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어제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배임 혐의로 KT 본사와 이 회장의 자택 등 16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9일 만에 다시 8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온 이 회장은 어제 임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일련의 사태로 인한 직원들의 고통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KT 사옥 39곳을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등 배임 혐의와 측근 임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준 뒤 이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최고경영자로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이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정부 일각에서는 “오너도 아닌 이 회장이 오너보다 더 심하게 KT를 사유화(私有化)했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전임 이명박 정부에선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KT 수사와 회장 사퇴는 5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 회장의 전임자인 남중수 사장도 2008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권 초기에 사퇴 압력설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고 물러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가 이 회장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더니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고발한 내용에 대해 지난달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탈탈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검찰의 저인망 수사에서 나온 결과에 얼마나 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 정권의 줄을 타고 KT에 왔다가 정권이 바뀌니 퇴진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