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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前기무사령관측 갈등 확산

입력 | 2013-11-04 03:00:00

“기무사에 4월 음성적 보고말라 지시”
“靑보고때 장관에게도 보고… 절차지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이 최근 본보 인터뷰를 통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독단적 인사를 비판하며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 장관의 인사방식과 이에 대한 기무사의 군내 동향 수집 및 보고체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방부는 장 전 사령관의 행위를 ‘월권’으로 보고 있다.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는 기무사령관이 김 장관의 인사에 대한 내부 불만과 비판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비서실장 등에게 두세 차례나 직보(直報)한 것은 군 기강을 해치는 일탈 행위라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은 올 4월 임명된 장 전 사령관에게 기무사의 음성적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말 장 전 사령관이 교체된 이후에도 고강도 개혁을 기무사에 주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사령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3일 “장 전 사령관은 부임 이후 김 장관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의 많은 내용들이 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며 “기무사령관도 국방장관의 부하인데 지휘계통을 무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관련해 “특정 직위에 적합한 후보를 제쳐두고 진급 시기가 지났거나 다른 직위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김 장관의 측근들이 잇달아 발탁되자 ‘해도 너무한다’는 일선의 불만과 비판이 많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군 소식통은 “장 전 사령관은 역대 사령관들처럼 절차와 규정을 지켜 직무를 한 것뿐인데 자기와 부하들이 쫓겨나듯 교체된 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기무사의 청와대 보고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시각이 엇갈린다. 김 장관은 기무사의 임무는 군사 및 방산 보안, 방첩수사, 간첩 색출 등인 만큼 군내 동향 수집 및 윗선 보고는 근절돼야 할 ‘폐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 전 사령관은 기무사의 당연한 임무라고 맞서고 있다. 기무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부대지표(指標)를 충성과 명예, 단결로 소개하고 있다. 이 중 충성은 ‘국가원수와 직속상관에게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기무사 관계자는 “직속상관인 국방장관뿐 아니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기무사의 특수관계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사령관은 업무지향적이고 원칙을 강조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직선적 성격이어서 고지식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방부는 4월 그를 기무사령관에 임명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하고 개혁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우수한 군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면서 이런 평가는 무색해졌다. 김 장관은 최근 국방부와 합참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능력이나 자질이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근거해 진급 심사에서 누락돼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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