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 부동산 장기침체 벗어나… 1, 2인용 66m²가 1억엔 넘어서中 베이징 1년만에 10% 올라… 美도 2006년 이후 최고 상승세전문가들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 “성장둔화땐 거품 붕괴” 우려도
▶ 일본 도쿄(東京) 고토(江東) 구에 늘어선 고층 아파트들에 불이 켜져 있다. 도쿄는 최근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1, 2인용 소형 아파트도 1억 엔(10억8000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아사히신문 제공
최근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에 있는 49층짜리 아파트 그로브타워에 배달된 전단 내용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아파트를 사겠다’는 전단이 많다. 매입 가격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 4월만 해도 85m²짜리의 경우 최고 가격이 8500만 엔이었는데 지금은 1억1000만 엔까지 올랐다. 4억 엔(43억2000만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
전 세계 주택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오랜 침체를 겪어온 일본까지 가세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주택가격은 최근 6개월 사이에만 2%, 1년 사이 2.6% 올랐다. 일본의 올해 물가상승률(예상치)이 0.7%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오름세다. 특히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경우 올해 초 3.3m²당 320만 엔(약 3456만 원)에 거래되던 주택가격이 최근엔 335만 엔(3618만 원)까지 올랐다.
한국 주재원을 많이 상대하는 도쿄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의 K 사장(50)은 “내년 4월 소비세(부가가치세)가 5%에서 8%로 오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사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매매뿐 아니라 임대 가격도 20∼30%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세가 인상되면 부동산 매매에 따른 수수료도 그만큼 올라 부담이 커진다.
도쿄 주오(中央) 구나 다이토(台東) 구의 집값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66m²(약 20평) 이하의 1, 2인용 주택마저도 1억 엔을 넘어가고 있다.
중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이미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세계경제연구전망기관인 CEIC에 따르면 9월 베이징(北京)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올랐다.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수,천)) 등 주요 도시 집값 인상률은 10∼15%에 달한다. 이 지역들은 최근 2∼3년 동안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가격 인상 억제 정책으로 2% 안팎의 낮은 인상률을 보였다.
집값이 오르면서 서민의 생활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는 미국이 특히 심하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 집을 얻은 한 20대 한국인 여성은 “한 달에 갚아야 하는 모기지론만 우리 돈으로 200만 원”이라며 “여기에 각종 관리비나 세금까지 내고 나면 생활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베를린 뮌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2010년 대비 25% 이상 올랐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국은 현지 부동산가격 조사 업체 ‘네이션와이드’ 조사 결과 1년 사이 집값이 6% 올라 3년 사이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거품 우려… 꺼질 땐 한국도 ‘위험 반경’
세계 각국의 주택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회복 조짐 때문이다. 김종만 국제금융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택가격은 경기 변동과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개인이나 가정의 경제력도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