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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베트남댁 “친정나라서 행복한 봉사”

입력 | 2013-11-05 03:00:00

경북 거주 결혼이민여성들 모국서 의료-교육 봉사활동
마을 주민들과 가을운동회도




지난달 26일 베트남 꽝닌 성 하남초등학교에서 경북지역 결혼이민여성 모국 봉사단과 베트남 학생들이 운동회를 마친뒤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경북도 제공

“고향의 어린 학생들이 반겨줘 벅찼어요. 한국 생활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인 도티빗융 씨(31·경북 구미시)는 최근 모국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과 교실에서 한국 동요를 합창하기도 했다.

김천의료원 공공의료지원과에 근무하는 그는 이번 봉사 때 의료서비스 통역과 행정 분야를 맡았다. 2003년 구미에 정착한 그는 “10년 동안 친정에 세 번 갔지만 모국 봉사는 생각조차 못 했다. 고향 이웃에게 뜻깊은 일을 했다는 마음에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경북에 사는 이민여성 모국 봉사단이 베트남에서 첫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봉사단은 이민여성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지난달 처음 구성됐다. 경북도가 다문화 인재 세계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민여성 9명과 김천의료원 직원 등 27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지난달 25∼31일 베트남 하이퐁과 꽝닌 성 지역 보건소 등에서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소아과 산부인과 치과 분야 의료 봉사를 했다. 초등학교 3곳에서는 교육 봉사도 했다. 꽝닌 성의 하남초교에서는 학생과 주민, 봉사단이 함께 가을운동회를 열었다. 봉사단은 전교생이 80여 명인 학교에 교복과 전기 공급용 배터리를 선물했다.

베트남을 첫 봉사지역으로 정한 이유는 경북지역 결혼이민자 1만1856명 가운데 베트남 출신이 4743명(40%)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영방송(VTV)과 하이퐁 신문사 등은 봉사활동을 보도했다. 누엔티끼우디엠폭 씨(25·성주군)는 “모국에서 봉사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의료 전문용어를 공부해 노인들을 위한 통역봉사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번 봉사가 경북의 이미지를 높이고 이민여성이 자부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보고 출신 국가별 모국 봉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2006년 ‘새 경북 행복가족 어울림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문화 정책을 활발하게 펴고 있다. 올해 5월 지역 공공기관과 은행, 기업 등 140여 곳이 참여하는 다문화가족 서포터스 발대식을 비롯해 친정부모 초청 행사, 운전면허 취득 지원, 이민여성 대학진학 지원, 다문화가족 봉사단 등 특색 있는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문화 행복과’를 설치했다.

경북지역 결혼이민여성은 현재 1만1162명이며 자녀는 1만1754명이다. 박의식 경북도 보건복지국장은 “다문화가정 덕분으로 특히 농어촌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경북의 다문화가정이 자부심을 갖고 경북도민으로 생활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