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燈’ 단어 사용 않기로 합의6개항 협력서 해석차이 우려 남아
‘결집된 시민의 힘 유등축제 지켰다’ ‘진주-서울 등축제 극적 합의’
경남지역 일부 조간의 4일자 주요 기사 제목이다. 1년 가까이 끌어온 경남 진주시와 서울시의 ‘등(燈)축제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1일부터 17일까지 청계천 일원에서 열리는 서울 등 축제를 앞두고 서울시와 진주시가 화해를 위한 협력서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로 가기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
○‘서울 등축제’ 이름 바꾸기로
협력서는 6개 항이다. 핵심은 △서울 등축제의 명칭 변경 △서울 등축제의 주제와 내용을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차별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축제 발전 방안 논의 등이다. 이 협력서는 내년 축제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6번 항에 ‘협력서의 성실한 이행과 상호협력을 위해 협력서 교환과 동시에 이를 양 도시 시민에게 널리 알린다’고 명시했다. 이는 협력서의 법적 효력을 떠나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협력서 내용을 이행하자는 취지.
협력서 교환 직후 이창희 진주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자치단체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를 도출했다. 결단을 내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등축제 저지에 동참했던 진주문화예술재단 서영수 상임이사도 “100% 만족은 아닐지라도 이 정도면 우리의 요구가 거의 수용된 것이다”고 자평했다.
○협의 과정 난항 예상
그동안 진주시는 ‘서울 등축제 백지화’를, 서울시는 ‘상생 발전’을 되풀이 외쳤다. 여러 차례 실무협의 과정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진주에서는 올 3월 비상대책위가 꾸려져 대규모 집회와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7월 31일엔 이 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서울시는 진주시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고 깎아내렸고, 이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적인 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내비쳤다. 진주시는 “애써 가꾼 남의 축제를 베끼고도 큰소리를 친다”고 맹공했다.
축제의 주제와 내용 역시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언제든 마찰이 생길 여지가 있는 것이다. 진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민 모금운동은 계속 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