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금융위기 역경 딛고… 주가상승률 4년간 세계 최고젊은 노동력-에너지붐-빅데이터… 산업생산 경쟁력 회복 주도
완공 80년이 넘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외관이 낡은 데다, 주변에 더 높은 빌딩이 들어서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반면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 중인 프리덤타워는 어떤가. 12년 전의 악몽을 딛고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새로운 뉴욕의 상징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이렇게 변해 가는 뉴욕을 보면 미국 경제의 현재 모습이 연상돼 흥미롭다.
2007년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글로벌 경제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표현되는 신흥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주요국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미국 증시가 가장 높다.
미국의 노동인구는 올해부터 2037년까지 연평균 0.8%씩 증가해 선진국 평균인 0.3%, 중국의 0.2%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자의 지속적 유입과 베이비부머 자식들인 ‘에코(Echo) 부머(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는 의미)’의 높은 출산율이 이런 노동인구의 증가세를 이끌 것이다. 신흥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인구가 증가하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고령화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회복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양질의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셰일가스·오일로 대표되는 미국의 에너지 붐도 미국 성장의 주요 원인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은 연평균 50%씩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셰일가스·오일의 저장량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나 이를 시추하기 위한 전문 기술은 미국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 향후에도 미국이 셰일 혁명의 집중적인 수혜를 보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올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합한 생산량을 기준으로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2030년에는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 생산이 같아지는 에너지 자립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미국 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기업들은 생산 원가 절감을 향유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 생산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이윤 뉴욕라이프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그룹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