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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미국이 ‘차세대 신흥시장’ 불리는 까닭은?

입력 | 2013-11-05 03:00:00

2007년 금융위기 역경 딛고… 주가상승률 4년간 세계 최고
젊은 노동력-에너지붐-빅데이터… 산업생산 경쟁력 회복 주도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 종종 코리아타운 식당으로 모신다. 그때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을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되는데, 요즘 갈수록 전망대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다.

완공 80년이 넘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외관이 낡은 데다, 주변에 더 높은 빌딩이 들어서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반면 9·11테러로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건설 중인 프리덤타워는 어떤가. 12년 전의 악몽을 딛고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새로운 뉴욕의 상징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이렇게 변해 가는 뉴욕을 보면 미국 경제의 현재 모습이 연상돼 흥미롭다.

2007년 금융위기와 함께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글로벌 경제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표현되는 신흥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주요국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미국 증시가 가장 높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주장은 차세대 신흥 시장이 바로 미국이라는 것이다. 왜 미국이 차세대 신흥국일까. 그 뒷면에는 미국 노동인구의 높은 증가율과 자국 내 에너지 개발붐, 그리고 빅데이터라는 중요한 정보기술(IT) 분야 신기술이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의 노동인구는 올해부터 2037년까지 연평균 0.8%씩 증가해 선진국 평균인 0.3%, 중국의 0.2%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민자의 지속적 유입과 베이비부머 자식들인 ‘에코(Echo) 부머(베이비붐 세대가 메아리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는 의미)’의 높은 출산율이 이런 노동인구의 증가세를 이끌 것이다. 신흥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인구가 증가하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고령화 문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회복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양질의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셰일가스·오일로 대표되는 미국의 에너지 붐도 미국 성장의 주요 원인이다. 2007년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은 연평균 50%씩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셰일가스·오일의 저장량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나 이를 시추하기 위한 전문 기술은 미국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 향후에도 미국이 셰일 혁명의 집중적인 수혜를 보게 될 것은 자명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올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합한 생산량을 기준으로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2030년에는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 생산이 같아지는 에너지 자립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미국 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기업들은 생산 원가 절감을 향유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 생산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이윤 뉴욕라이프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그룹 전무

마지막으로 최근 등장한 이슈가 빅데이터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마케팅, 유통 역량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축적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검색엔진과 G메일, 유튜브, 구글맵, 안드로이드 등을 통해 쌓인 막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광고를 만들고 기업 마케팅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구글 주가는 지난달 18일 주당 1000달러를 돌파했으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36.2% 증가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구글은 빅데이터의 실시간 처리 기술을 활용해 무인자동차 등 차세대 상품을 개발했다.

앞으로 5∼10년 뒤에도 관광객들은 새로운 뉴욕의 상징인 프리덤타워를 방문할 것이다. 서방에서 가장 높은 이 건물 앞 거리에서 미국산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베이스로 한 구글의 무인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을 관광객들이 경이롭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차세대 신흥국’인 미국의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