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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25연패·20연패 하던 팀 맞아? 공기업 팀들의 반란

입력 | 2013-11-05 07:00:00


한국전력·도로공사·인삼공사 ‘환골탈태’
기업은행은 아침저녁 장어즙 먹고 펄펄
사위 박철우 활약에 든든한 신치용 감독


NH농협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가 2일 개막했다. 10번째 시즌이다. 역대 가장 뜨거운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개막전부터 풀세트 접전이 나왔다. 지난 주말 벌어진 6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공(공기업) 팀의 선전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도 베일을 벗었다. 대장정의 출발. 배구 팬에게는 행복한 겨울의 시작이다.

● 3공 팀의 선전

그동안 V리그에서 묻혀있었던 팀은 한국전력 도로공사 인삼공사 등 소위 3공 팀이었다. 공기업 특성상 일반기업 팀과는 운영방향도 예산규모도 달랐다. 프로배구를 하겠다는 의지도 약했다. 걸핏하면 “프로배구를 하지 않겠다”고 해 한국배구연맹(KOVO)의 애를 먹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한국전력과 인삼공사는 V리그를 재미없게 만들었다. 각각 25연패, 20연패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달라졌다. 승리의 원인은 철저한 준비였다. 한국전력은 기량미달의 외국인선수 산체스를 과감하게 내쳤다. 평소였다면 몇 라운드가 지나서야 결정될 일이었다.

팀 이름도 KEPCO에서 바꿨다. 패배의 기억을 잊겠다는 뜻이었다. “이왕 할 바에는 제대로 해보자는 구단주의 의지가 있었다”고 조원석 단장은 말했다. 인삼공사와 도로공사는 2-2 트레이드로 팀의 체질을 바꿨다. 프런트도 정성껏 지원을 했다. 모두 마음을 하나로 맞췄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회식을 하면 가볍게 100만원을 넘길 정도로 잘 먹고 잘 뭉쳤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역시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

● IBK기업은행의 힘은 장어즙

여자부 개막전에서 GS칼텍스를 완파한 기업은행 선수들은 10월부터 보양식을 먹고 있다. 팀 후원회장을 자처하는 기업인이 보내준 장어즙을 하루 2차례씩 먹는다. 이 기업인은 KOVO컵 우승 뒤풀이 때 이정철 감독에게 사비로 우승감독 상금도 내놓았다. 이 감독은 그 돈으로 모든 선수들에게 귀걸이를 선물했다. 10월부터 선수들이 아침저녁 공복에 장어즙을 먹는다. 장어즙을 복용하면 지구력이 좋아지지만 살이 찌는 단점이 있다. 그 얘기를 들은 이 감독은 “훈련을 조금 더 해서 살을 빼면 된다”면서 열외 없이 먹게 했다.

● 장인을 기쁘게 한 사위, 주례선생님을 힘들게 한 신랑

디펜딩챔피언 삼성화재는 2일 대한항공과 개막전에서 진땀을 흘린 끝에 이겼다. 1세트에서 서브리시브가 흔들려 고전했던 삼성화재는 3세트 고비에서 박철우(사진 왼쪽)가 연달아 결정타를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경기 뒤 신치용 감독(오른쪽)은 이례적으로 박철우를 칭찬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사위를 칭찬한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예외였다. 박철우는 취재진으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들은 뒤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이강주는 여오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강주는 우리카드에서 FA선수로 삼성화재에 올 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신 감독이 직접 연락해 오라고 하자 자신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주면 가겠다고 했다. 그동안 선수들과 개인적인 인연을 만드는 것을 꺼려하던 신 감독은 이강주의 조건을 수락했다. 주례선생님과 신랑의 관계가 됐는데 개막전에서는 기대만큼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세 사람의 인연은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지 궁금하다.

● 겨울 스포츠 전쟁의 승자는

KOVO 구자준 총재의 꿈은 프로배구가 우리나라의 3대 스포츠가 되는 것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겨울 스포츠 1등이 됐으면 한다. 프로농구에 이어 V리그가 개막했다. 농구와 배구의 개막전을 같은 상황에서 중계한 결과 시청률 경쟁에서 배구가 크게 앞섰다. KBSN과 SBS ESPN 등 스포츠전문 채널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중계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같은 시간에 농구와 배구 경기가 열릴 경우 배구는 생중계, 농구는 녹화중계를 하는 것으로 내부결정을 내렸다는 게 방송사 관계자의 귀띔.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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