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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재판 열리자마자 내년 1월로 연기

입력 | 2013-11-05 03:00:00

무슬림형제단 대규모 시위 별러… 찬반세력간 유혈충돌 우려 탓




4일 시작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리자마자 내년 1월 8일로 연기됐다고 AFP통신이 4일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자와 이집트 정부 지지자 사이의 유혈 충돌 우려 때문이다.

7월 군부 쿠데타 당시 체포돼 비밀 장소에 구금됐던 무르시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임시 법정이 마련된 카이로 동쪽 경찰교육원으로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궁 앞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충돌로 7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살인 선동 혐의로 재판받았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여전히 이집트의 대통령이며 이번 재판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이 열리기 전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 세력 연합체인 ‘쿠데타 반대 연합’은 경찰교육원 앞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고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집트 내무부는 “국가 중요 기관과 공공시설을 파괴하거나 공권력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경찰교육원 주변에 경찰 2만여 명을 배치했다.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일반 시민들은 외출을 꺼리는 등 이날 내내 카이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3일 이집트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 등 과도정부 핵심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달로 끝나는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지 말 것과 무르시 지지 세력을 포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이집트를 방문한 미국 최고위 관리다.

케리 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한 것은 ‘징벌’이 아니며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방문으로 미국의 이집트 원조 중단 이후 냉랭해졌던 양국 관계가 일단 표면적으로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케리 장관은 무르시 전 대통령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에서 단 6시간만 머문 뒤 다음 행선지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그는 3일부터 10일간의 일정으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모로코, 알제리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