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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 추월한 경상수지 흑자, 경제 활성화법으로 밀어줘야

입력 | 2013-11-05 03:00:00


올 1∼8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422억2000만 달러로 일본의 흑자액 415억3000만 달러보다 6억9000만 달러 많았다. 연간 흑자액 전망치도 한국은 630억 달러, 일본은 601억 달러로 한국이 29억 달러 많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의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액이 한국의 10배 안팎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흑자 행진의 일등 공신은 수출 호조다. 10월 수출액은 월간 기준 사상 최고액인 505억1100만 달러로 집계돼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5500억 달러로 전망된다. 1964년 연 1억 달러대였던 한국의 수출액은 1977년 100억 달러 돌파에 이어 경제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반세기 만에 5500배로 급증했다.

이런 성과들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가운데 거둔 것이어서 더 돋보인다. 원화 강세와 일본 엔화 약세는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부담을 줬다. 많은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경제 민주화 바람 속에서 기업인들의 사기도 위축됐다. 기업의 잘못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 시장에서 선전(善戰)한 기업들의 노고를 평가하고 격려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경상수지 흑자, 수출 및 외환보유액 증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해외발(發) 돌발 악재가 닥칠 때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무역 관련 지표가 양호하고 경제성장률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이런 온기가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수출과 성장률 지표의 호전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제 경쟁력이 강한 몇몇 대기업이 이끌어가는 현실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절상 압력이 더 커지면 수출 증가세가 그대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수출은 국토 면적이 좁고 부존자원이 적은 한국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정부는 수출 엔진을 계속 가동시키면서 내수경기를 함께 살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와 민생을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못지않게 입법권을 지닌 정치권의 책무가 크다. 현재 국회에는 102개의 경제 활성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여야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