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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JP모건의 권력자 아들딸 모시기

입력 | 2013-11-05 03:00:00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아들과 딸(Sons and Daughters)’ 특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2006년. 중국 권력 엘리트들이 자녀를 JP모건에 취직시키려고 안달을 하자 ‘돈 되는 비즈니스’라며 은밀하게 권력자의 자녀를 받아들이는 트랙을 만들었다. 선발기준도 엄격하지 않았고 면접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으로 뽑은 직원이 아시아에서만 250명. 힘 있고 돈 많은 중국 권력자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와 검찰은 싱가포르와 인도 한국의 유력인사 자제들에게도 특혜를 줬는지 조사 중이다.

▷특채 대가로 JP모건이 얻은 혜택은 엄청 났다. 2010년 중국 국영 광다(光大)그룹의 탕솽닝 회장의 아들 탕샤오닝을 취직시키자 이듬해 광다은행의 상장 자문사로 뽑히고, 2012년엔 광다은행 계열사가 1억6200만 달러어치 주식을 해외에서 발행할 때 자문사로 선정됐다. 2012년에는 중국 국영 식품회사인 코프코의 자회사가 5억80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발행할 때 자문사가 됐다. 닝 가오닝 코프코 회장의 딸을 채용한 직후였다. JP모건 홍콩법인에선 중국 철도부 전 고위관리의 딸을 채용하자 중국 국영철도업체의 기업공개 주간사를 맡게 됐다.

▷1977년 도입된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사업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외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줘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JP모건은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채’라는 뇌물로 미국이 중시하는 기회 균등과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해쳤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력과 금력에 자녀의 취업이 좌우되는 것은 부당하다. 함량 미달인 젊은이가 유능한 사람의 일자리까지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면 화가 날 만도 하다. 그런데 능력이 엇비슷하고 아버지 권력이 비즈니스에 결정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줄이 곧 실력’으로 통하는 컨설팅 회사나 외국계 금융회사에 집안 좋은 자녀들이 알음알음 취업한다는 뒷말은 그리 새로운 뉴스도 아닌 세상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