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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틸로 헬터]외국인 당황케하는 한국 투자환경

입력 | 2013-11-05 03:00:00


틸로 헬터 유럽상공회의소 회장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노동계, 경제단체들 간의 열띤 공방이 한창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상여금 일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판결 이후 현재 160여 건의 소송이 법원에 제출된 상태이고, 야당이 2개 법안을 발의하여 격론이 예고되는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노사정위원회 대화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여러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의 초과·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므로, 소송에 패소할 경우 기업들은 수조 원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또한 주한 외국기업의 대표로서, 필자는 최근의 움직임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로 인하여 기업들이 부담할 법적, 금전적 비용에 대해 걱정이 크다. 이번 이슈가 국내 및 외국기업에 미칠 추가적인 부담은 엄청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전체 기업 중 87.4%로 드러났다. 이는 대다수의 기업들에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들은 지난 3년간의 소급분을 포함하여 약 38조6000억 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와 더불어 매년 9조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건비 급증은 새로운 고용 기회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노사 간의 긴장감을 다시 한번 부추기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통상임금과 관련한 최근의 움직임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은 통상임금에 대한 정책이 이제껏 정부규제의 틀 안에서 추진되어 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한국의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은 통상임금 범위에 관하여 명확한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 및 외국인투자기업들은 모두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 1개월 이상의 간격을 두고 지급하는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지침이 하루아침에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노동부 규정을 따르던 기업들이 새로 정의된 통상임금을 소급하여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정부의 비일관성은 ‘규정을 충실히 따른 기업도 내일 당장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신호를 준다. 일관성이 부족한 정부의 태도는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을 망설이게 만든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놀라울 만큼 열성적이지만, 제도적 일관성 부재는 그러한 노력마저 물거품을 만들고 외국인들의 투자 의욕을 한순간에 냉각시킬 수 있다.

만약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규제로 인해 법적 또는 금전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국가로 보기 시작한다면,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돌이킬 수 없이 퇴색할 것이다. 물론 법원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의 임금구조가 너무 복잡하며 단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방하남 노동부 장관의 견해에도 공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논쟁은 모두 한국의 임금 및 고용 체계가 성숙하는 성장통의 일부라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규제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지속성은 투자자를 위한 주요 기준이다. 제도의 의외성은 투자환경에 있어서는 대기 중의 독소와 같아, 종종 산성비가 되어 열심히 가꾼 밭을 오염시킨다.

틸로 헬터 유럽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