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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혜정]해외 한글학교를 한류 교두보로 만들자

입력 | 2013-11-05 03:00:00


조혜정 스웨덴 스톡홀름 한국학교이사장

6년 전 시작한 한글학교 교사 생활, 처음에는 교민 사회를 위해 작은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깊은 애정과 보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스웨덴 한국 이민자들은 이민 초기부터 자발적으로 한글학교를 세우고 궂은일에 열심을 다했다. 모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모르며 의지도 없는 자녀들의 손을 잡아끌어 교실로 내몰다시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큰 변화를 겪었다.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오는 스웨덴인을 포함한 외국인들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60∼70명이던 학생 대부분이 한국인이었고 극소수만 외국인이었는데 지금은 학생 수도 두 배가 되었지만 외국인 비율이 학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도 큰 몫을 했겠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세계를 휩쓰는 한류와 케이팝(K-Pop·그중에서도 ‘강남 스타일’)이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지금 스톡홀름 한국학교는 외국인 학생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착순으로 인원을 제한할 정도이니 격세지감과 함께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집중력과 열정 또한 뜨겁다. 주변에 듣자하니 한국 문화원이 없는 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해외 한글학교는 스톡홀름처럼 성황이라고 한다.

필자는 마침 이번 한글날에 한국에 있었다. 한글날의 다양한 한글 체험 행사에 동참한 한국의 어린아이, 어른들을 보면서 이런 행사를 현지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접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한국문화원이나 교육원도 존재하지 않는 스톡홀름의 열악한 현실이기에 더 그랬다. 한국어 보급을 위한 정부의 거시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런 세부 사업에도 깊은 고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외 한글학교에 대한 정부의 발맞춤 정책이 아쉽다.

현재 외교부 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이 모국어 교육 기관에 물적 재정적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우리 학교 또한 오랫동안 이 기관의 지원 덕택에 명맥을 유지해 왔다. 요즘 대폭 증가한 외국 학생들로 지원 확대가 필요한데 재단 사업 자체가 재외동포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지원에 한계가 있다.

필자는 해외 외국인 한글 교육에 더 초점이 맞춰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세종학당’에도 호소해 보았지만 그곳에서는 두 기관 중 한쪽만 선택해서 지원받으라는 답을 보내 왔다. 각 정부기관의 설립 목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한국어 교육 열풍에 부합하는 정부의 유연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모국어와 정체성 교육이 필요한 우리 동포와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데 갈증을 느끼는 외국인 모두를 제대로 만족시킬 수 있는 한글학교가 되도록 정부의 통합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해외에 있는 한글학교들은 많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이 자원봉사 교육단체이기 때문에 전문 교사와 교재가 부족하고 전문적인 학교 경영자도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매 학기 학교를 꾸려 나가는 것 자체가 힘겹다.

재외동포는 이제 미래의 재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시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체성과 직결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해외 한글학교에 좀 더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본다. 한글학교는 한국 문화와 한글을 현지인에게 전파하는 문화 선발대 역할까지도 짊어지고 있다. 학교와 직장에서 지친 몸을 끌고 토요일에도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교포와 외국인 학생들을 볼 때, 그리고 그들의 진지한 표정을 읽을 때, 말은 몇 마디 못 해도 노래는 한국 아이돌 가수 뺨치게 해내는 외국인 학생들을 볼 때 내 가슴엔 울림이 인다. 전 세계에 한글이 널리 퍼지는 그날이 머지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혜정 스웨덴 스톡홀름 한국학교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