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지역 소음상한 5dB 하향… 병원-도서관도 허용기준 강화주거-학교지역과 똑같이 규제… 경찰, 시행령 고쳐 내년 시행
경찰이 집회나 시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강력히 규제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주거지역과 학교를 제외한 기타 지역의 소음 규제를 현행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현재 주택가와 학교 주변의 소음 상한선은 주간 65dB(데시벨), 야간 60dB이다. 이는 주택, 학교 건물 외벽에서 1∼3.5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했을 때의 수치 기준이다. 다른 지역은 주간 80dB, 야간 70dB이다. 80dB은 지하철 내 소음 크기와 같다.
또 “소리 분야 전문가들과 실험을 거친 결과 최소 4, 5dB 이상은 낮춰야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음진동관리법상 실외확성기 소음 상한선은 주간 70dB, 야간 60dB이다.
그동안 기타 지역으로 분류됐던 병원이나 도서관 주변은 주거 및 학교지역으로 분류된다. 소음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도서관의 정숙한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를 한층 강화한 것.
경찰이 집회, 시위의 소음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야간 집회에 대해 수면 방해 등 1000여 건의 소음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경찰 개정안에 대해 집회가 잦은 지역 인근의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광화문의 한 금융사에서 일하는 김모 씨(27)는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밖에서 무슨 구호를 외치는지 다 알아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 씨(24·여)도 “뒤늦은 감이 있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집회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한 관계자는 “갈등을 더 유발할 수도 있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 관계자도 “정치인들 연설할 때는 안 지키면서 시민단체만 지키라고 하면 지켜지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집회, 시위 현장에서 소음이 기준치를 넘으면 경찰은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기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음 측정은 현재는 5분간 두 차례 측정해 평균을 내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한 차례만 측정하면 된다. 단순한 문화제나 공연은 법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도중에 정치 구호를 외치는 등 행사 성격이 변질된 경우에는 법이 적용된다.
미국은 낮 시간 기준으로 집회 소음은 65dB 이하까지만 허용된다. 65∼75dB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고 75dB 이상은 불법이다. 프랑스는 집회가 이틀 이상일 경우 개최 측이 ‘소음 영향평가 연구서’를 파리 경찰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은택 nabi@donga.com·백연상·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