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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朴’을 향해… 새누리 20년만에 군웅할거 시대

입력 | 2013-11-05 03:00:00

김무성-이완구 당권 향해 잰걸음… 정몽준 이인제 이재오도 세 규합
돌아온 서청원 막후서 저울질… 김문수 김태호 오세훈 가세땐 당대표 넘어 대권경쟁 가시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이완구 의원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으면서도 별 인연이 없었던 두 사람은 최 원내대표의 초대로 처음 따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뒷받침할 수 있는 당내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의기투합했다.

이완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 의원들은 이달 중순 ‘국가경쟁력강화모임’(가칭)을 공식 발족한다. 이들은 5일 만나 ‘모임’의 성격과 운영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모임에는 이미 30여 명의 의원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대부분 박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친박 핵심들이다.

10월 재·보궐선거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차기 당권 또는 대권을 노리는 새누리당 중진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인 김무성 의원이 ‘근현대사역사교실’을 통해 당권 행보를 빠르게 치고 나가자 다른 주자들도 거점 만들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몸집을 불려온 정몽준 의원과 새누리당에 다시 둥지를 튼 이인제 의원,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서청원 의원도 막후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하며 당권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가세하면서 말 그대로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는 김무성 의원이다. ‘역사교실’로 당권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든 김 의원은 11일 여야 의원 30여 명과 함께 ‘퓨처 라이프 포럼’이라는 연구모임을 추가로 발족한다. 고령화 사회 대안 연구가 목적이다. 김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식사 모임을 활발하게 만들며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중이다.

정 의원은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과의 스킨십 밀도가 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윤덕수 전 KBS 대구총국장을 자신의 정책연구소인 ‘해밀을 찾는 소망’으로 영입하는 등 외연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당내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정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충청권의 맹주’를 노리는 이완구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충청권에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아직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와 유기준 최고위원, 홍문종 사무총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 친박 핵심이 그와 함께 정치적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최 원내대표도 정치 상황에 따라 내년 당 대표 도전 가능성이 있다.

6월 싱크탱크인 ‘한반도 통일연구원’을 발족시킨 이인제 의원도 지난달 3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출범시킨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하며 ‘통일’을 화두로 세를 규합하고 있다.

서청원 의원이 당을 어떻게 장악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서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늦깎이 19대 초선으로 들어왔다. 모든 의원께 한 수 배우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리더십이 강한 서 의원이 당권을 겨냥해 움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회의장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태호 의원은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젊은 의원들과 교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당내에는 이장우 의원을 포함한 10여 명의 초·재선 의원이 김 의원과 가깝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김영삼 정부 시절 많은 후보가 차기 권력을 놓고 다퉜던 신한국당 9룡(龍) 시대와 비슷한 상황이 20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며 “차기 후보군이 넓다는 장점도 있지만 강력한 1인자 아래에서 뚜렷한 2인자를 점찍을 수 없는 상황이 낳은 과도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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