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엔지니어회’ 창립자… 아마데이 콜로라도대 교수 방한
대형 빌딩과 터널을 만드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던 버나드 아마데이 미국 콜로라도대 토목공학과 교수(59·사진)는 2000년 멕시코 남부에 있는 마야 인디언들이 거주하는 벨리즈의 산파블로에서 만난 소녀가 자신을 어떻게 바꿨는지부터 언급했다. ‘국경 없는 엔지니어회(EWB·Engineers Without Borders)’ 국제네트워크 설립자인 그는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저개발국의 농촌 문제에 열정을 갖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벨리즈에서 만난 소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떠오고 집안일을 하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수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마데이 교수는 마을에 펌프를 설치했고 덕분에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편리하게 제공받았다. 그는 “전 세계 저개발 지역이 직면한 각종 문제를 엔지니어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함을 이때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저개발국을 위한 기술 지원은 단순한 자선사업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빈곤에 처한 전 세계 50억 명의 사람들도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아마데이 교수는 “기업이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40억∼50억 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기, 보건, 의료, 위생시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저개발국 지원 방식도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 재투자하는 선순환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빈곤층의 자립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었다.
지난해 미 국무부 과학특사로 임명된 아마데이 교수는 미국과 다른 나라 기술자들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그는 “저개발국 빈곤층 자립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지원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지만 공학자 과학자들이 참여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자들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