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신청 28개 후보지 분석… 한인 최소 1481명 끌려가 강제노동한국측 “산업화만 강조해 역사왜곡”
일본 정부가 근대 산업혁명의 유적이라며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기로 결정한 상당수 유적지는 한국인 징용자들의 피눈물과 한(恨)이 서려 있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런 곳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며 등재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역사적 문제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국무총리실 소속 관련 위원회에 신고된 징용자 수를 기준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기로 한 산업혁명 유적 28곳 중 11곳에 최소 1481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일제강점기에 징용돼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현지 시민단체 등이 조사한 일제강점기 한국인 징용자 수는 최대 6만3700여 명으로, 이는 극히 일부만 확인된 것에 해당한다.
동아일보는 최근 28개 유적 리스트를 입수해 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분석을 의뢰했다.
일본 정부 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실무 작업을 담당하는 내각관방 지역활성화종합본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을 등재하는 데 있어 징용 같은 역사적 문제는 평가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급속한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혜경 위원회 조사2과장은 “유네스코는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는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하는데 한국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곳은 적절치 않다”며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라며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전범 기업의 명단을 3차례에 걸쳐 발표한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도 “일본이 강제징용이라는 과거사를 회피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은 한일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활성화종합본부는 9월 30일 후보지 28곳을 유네스코에 최종 통보했고 유네스코는 현지조사 등을 거쳐 2015년에 최종적으로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나가사키·기타큐슈=박형준 lovesong@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