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SK 초보사령탑 때와 달리 변화무쌍한 전술로 초반 초강세
문 감독은 “연승 기록만큼의 잔 수에 다음 경기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한 잔을 더 마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뒤풀이는 지난 시즌 안방 10연승을 돌파한 뒤 시작돼 전통처럼 계속되고 있다. 문 감독뿐 아니라 코치와 프런트들도 모두 가세해 연방 술잔을 들었다.
허남영 코치는 기록담당을 맡아 메모지에 ‘바를 정(正)’자까지 써가며 마신 잔 수를 헤아렸다. 문 감독은 “미국 프로농구 신기록인 44연승을 넘어설 때까지 도전하고 싶다”며 웃었다.
잘될 때는 뭐 하나라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문 감독이 코트에서는 변화무쌍한 작전으로 SK의 시즌 초반 단독 선두 행진을 이끌고 있다. 초보 사령탑의 티가 역력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다양한 전술과 선수 장악으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김선형과 애런 헤인즈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벗어나 코트니 심스와 박상오, 변기훈 등의 활용도를 높였다.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SK는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었다. 문 감독은 올 시즌 주장 이현준과 함께 새롭게 도입한 부주장에 박상오를 임명했다. “출전시간이 줄어든 현준이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고참인 상오가 코트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했는데 구심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문 감독은 선수 시절 ‘문띵’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신경이 둔하다는 뜻인데 연세대 시절 그를 가르친 최희암 전 감독은 “문 감독은 뭐 하나를 가르치면 습득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팀 사정으로 3학년 때 주장을 맡겼는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개성 강한 최고 스타 군단 연세대의 팀워크를 다지는 데 앞장섰던 면모를 감독으로 변신해서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문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긴 했어도 어딘가 얼떨떨한 상태였다. 요즘은 단순히 눈앞의 상황에 집착하기보다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