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4관왕으로 2년연속 MVP 올 프로야구 5경기 줄었지만 홈런 2012년과 같고 타점은 늘어 “내년 일단 40홈런 도전하겠다”
고교 시절 그의 우상은 삼성의 ‘라이언 킹’ 이승엽이었다. 2003년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56개를 몰아 치던 이승엽을 보며 그는 거포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이승엽의 자리는 10년 만에 그의 것이 됐다. 넥센 박병호는 내년 시즌 이승엽만이 갖고 있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3연패에 도전한다. 동아일보DB
2013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최우수신인선수 선정 및 부문별 시상식이 열린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VP에 선정된 넥센 4번 타자 박병호(27)의 눈은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었다.
박병호는 “2011시즌 중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뒤 13개의 홈런을 치니까 ‘풀타임을 뛰어봐야 안다’는 말이 들렸다. 풀타임 첫해인 작년에 MVP를 타게 돼 정말 기뻤다. 올해는 ‘반짝 스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3년은 잘해야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 진화하는 박병호
올해의 박병호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팀당 경기 수가 작년보다 5경기 줄었지만 홈런은 지난해와 같은 37개를 기록했고, 타점은 117개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득점(91개)과 장타율(0.602)에서도 1위에 올랐다. 박병호는 올해 MVP 트로피를 포함해 모두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부상으로 받은 상금만 3200만 원이다.
박병호는 “작년에는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올해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중심타자로서 내 몫을 한 것 같아 더욱 뜻깊다. 내년에는 장타력을 더 살려 가을 잔치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홈런 타자는 이승엽이다. 두 차례나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이승엽에 비해 박병호는 37홈런이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치르면서 많은 야구팬이 홈런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일단 내년에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싶고, 그 첫 단계로 40홈런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선배님이 대학생이라면 나는 아직 중학생”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그는 “2003년 이승엽 선배님의 홈런 행진 때 야구장마다 잠자리채 열풍이 불지 않았나. 나뿐 아니라 각 팀의 홈런 타자들이 더 분발해 하루빨리 그런 모습을 재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MVP 3연패를 포함해 역대 최다인 5번의 MVP를 수상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