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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갈망하는 세계인의 노래…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이 온다

입력 | 2013-11-05 03:00:00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 장면.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가라 꿈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바빌론에 끌려간 히브리인들이 고통과 억압 가운데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은 귀에 익숙한 노래다. 하지만 정작 이 곡이 나오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어렵다. 스케일이 장대한 데다 가수들에게 성악적인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나부코가 15∼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라간다.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팀을 초청해 이탈리아 정통 프로덕션을 선보인다.

내한 공연을 앞둔 이탈리아 연출가 잔도메니코 바카리, 지휘자 알도 시실로를 e메일로 만났다. 바카리는 트리에스테 베르디 국립극장 예술감독, 바리 페트루첼리 국립극장장을 지냈다. 시실로는 모데나 시립극장장이면서 파르마 국립음악원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다.

1842년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초연된 나부코는 베르디(1813∼1901)의 재기작이다. 전작인 오페라 ‘하루만의 임금님’의 실패, 아내와 아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그는 어느 날 밤 나부코의 대본을 넘겨보다가 벅찬 감동에 사로잡혔다.

“나부코는 1800년대 이탈리아 멜로드라마의 ‘심장’ 같은 작품입니다. 더불어 압제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이 담겼죠. 베르디의 대담한 음악과 연극적 요소, 정치적인 내용이 어우러진 격정적인 오페라입니다.”(바카리)

나부코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빌론의 강력한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를 이탈리아식으로 줄여서 부른 이름이다. 바카리는 “이번 연출의 핵심을 바빌론과 히브리 백성 간의 분노, 물러서지 않는 두 민족 간 싸움에 뒀다”고 했다. 바빌론에 끌려간 히브리 포로들이 입을 모아 부르는 합창은 오스트리아의 지배 아래에서 민족해방과 통일을 바라는 이탈리아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통해 독립의식을 일깨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꼽히는 것은 고통과 절망의 노래 중 최고의 노래이기 때문이죠. 고향을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슬픔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시실로)

주요 등장인물은 바빌론과 맞서려는 히브리의 대제사장 자카리아, 심리적으로 불안한 바빌론의 왕 나부코, 노예에게서 태어난 사실을 알고 좌절하는 나부코의 딸 아비가일레, 서로 사랑하는 히브리왕의 조카 이즈마엘레와 나부코의 둘째 딸 페네나. 바카리는 “이들은 공격적이면서도 우울한 정서를 지니기 때문에 이 모두를 표현하려면 다채로운 음역과 숙달된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실로도 성악가들의 음악적 역량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나부코는 베르디 오페라 중 음악적으로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아비가일레는 기교와 짙은 음색, 표현력을 모두 갖춰야 하며, 나부코는 바리톤이면서도 극적인 소리가 필요하죠. 페네나는 달콤하고 서정적이고, 이즈마엘레는 열렬한 소리와 화려한 표현, 자카리아는 엄숙하고 권위 있는 저음이 특징입니다.”(시실로)

나부코 역은 바리톤 파올로 코니, 아비가일레는 소프라노 에바 골레미, 이즈마엘레는 테너 레오나르도 그라메냐, 자카리아는 베이스 안토니오 피로치, 페네나는 메조소프라노 미켈라 나델라가 출연한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이 참여한다. 무대는 황금빛 호박색을 주조로 각 민족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흰색이 대비를 이룬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무대와 세트 20t 분량이 배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5만∼28만 원. 1544-937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